"천하의 애플도 때론 30% 넘게 추락, 예측 말라"…'ETF 대부'의 조언
“시장 예측말고 항상 투자해야"
"지금은 기술의 시대, 반도체 담아야"
"개인, 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기 쉽지 않아"
"장기로 분산 투자가 수익 실현 현실화 방안"
[이데일리 원다연 이용성 기자] “시장을 예측해 타이밍을 맞추려 하지 말고, 항상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운용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2년 국내에 처음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한 배 대표는 2022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끌고 있다.
그가 국내에 성장의 씨앗을 뿌린 ETF 시장은 20여년새 120조원 규모로 커졌다. 특히 지난 한해에만 50% 넘는 성장을 보였다. 배 대표는 ETF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대해 “매매 편의성과 상품 다양성으로 자본시장의 투자 욕구를 충족해주고 있는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배 대표는 “가입 절차가 번거로운 펀드에 비해 ETF는 매매가 너무 쉽고, 또 글로벌 상품들까지 나와 있어 주식보다도 다양하게 투자가 가능하다”며 “ETF의 이 두가지 강점이 자본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들의 수요와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는 모두 823개의 ETF가 상장돼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해 1조8000억원 넘는 규모로 ETF를 순매수했다.
배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통한 수익 실현을 위해선 장기로, 분산해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지난 2007년 이후 17년새 주가가 75배 넘게 오른 애플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애플 주가가 75배 넘게 오른 것이지만, 그 사이 고점 대비 최대 손실폭(MDD)이 60%가 넘기도 했고 MDD가 30%를 넘어간 경우만도 5번에 달했다”며 “이렇게 낙폭이 큰 구간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75배라는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건데, 그걸 견딜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기간 나스닥100지수는 11배 올랐는데, 그 기간 MDD가 30%를 넘은 경우는 두번 뿐이었다”며 “애플이란 단일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그만큼 위험성은 떨어져 장기로 가져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성이 훨씬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가 실제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장기뿐 아니라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지금은 기술의 시대…반도체 담아야”
배 대표는 장기로 분산 투자가 유망한 테마로는 반도체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기술의 시대”라며 “투자할 테마를 고를 때 역시 향후 1~2년 좋을 테마가 아니라 적어도 10년 이상은 갈 테마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P500지수보다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하는 게 낫고, 더 나아가면 모든 기술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반도체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가 이같은 기조에 따라 취임 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브랜드를 ‘ACE’(에이스)로 바꾸고 처음 내놓은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최근 1년 81.67%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순자산총액은 12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시장 내 점유율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은 지난해 연초 2조9088억원에서 연말 5조9179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고, 올 들어선 6조원을 넘어섰다. ETF 시장 점유율은 5.07%로, 점유율 3위인 KB자산운용(7.82%)과의 격차도 3%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배 대표는 올해 자산배분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에 주력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간단 계획이다. 배 대표는 지난 2022년 ETF에 집중하는 TDF인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시리즈를 내놨다. 이 펀드 시리즈의 지난해 연평균 수익률은 20.42%로, 국내 TDF의 연평균 수익률(13.47%)을 크게 웃돌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자산배분 상품의 대표가 TDF”라며 “투자자들이 장기로 투자하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자산배분 상품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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