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포털-업소 제휴…광고제작·성매수자 DB 업체도 기생

채윤태 기자 2024. 1. 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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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의 문자로 본 ‘성착취 산업 생태계’
2018년 9월17일 오전 서울 경찰청 앞에서 열린 성매매 알선, 구매 포털사이트 공동고발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경제적 대가를 매개로 해 경제적 약자인 성매매 여성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 행위로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3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위헌제청을 기각하며 이렇게 밝혔다. 성매매 행위를 자유로운 거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헌재 결정의 핵심이다.

헌재의 이런 결정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성매매가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한겨레가 2022년 10월 입수한 한 ‘포주’의 휴대전화 번호로 8개월 동안 322건의 성매매 관련 문자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한겨레가 ‘서울시립 다시함께 상담센터’와 이 문자메시지들의 내용을 분석해보니,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중심으로 성매매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양한 업계들이 움직이며 ‘성착취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구조가 드러났다.

“은희 가능한가요?”

강아무개(26)씨는 2022년 10월 새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엔 이후에도 “혜리로 예약되나요?” “‘오○○○○’(성매매 알선 사이트 이름) 보고 연락드립니다. 60분 ‘×× 코스’ 예약하려고 하는데 가장 빠른 시간이 언제일까요?” 등의 문자가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대체 어떤 사람이 사용했던 전화였을까.’ 검색사이트에 번호를 넣었더니, 서울 강남의 한 ‘휴게텔’ 이름이 떴다. 암호 같던 문자가 뜻하는 바가 그제야 이해됐다. 강씨가 개통한 휴대전화 번호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가 쓰던 번호(한겨레 2022년 12월3일치 18면)였던 것이다. 포주가 쓰던 번호로 300건 넘게 쏟아지던 성매매 관련 문자는 2023년 6월 갑자기 뚝 끊겼다. 그 무렵, ‘오○○○○’ 등 성매매 알선 사이트(포털)에서 이 휴게텔의 이름이 사라진 데 따른 결과로 보였다.

성매매 산업의 핵심, 알선 사이트

8개월 동안 포주가 쓰던 휴대전화 번호로 수신된 문자는 모두 322건이다. 개인 용무(57건)나 불법 도박업체(32건) 및 유흥주점 홍보(3건) 내용을 제외한 230건의 문자 전부 성매매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다.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들의 예약 문의가 140건으로 가장 많았다. 포주에게 업소 광고를 하라고 제안하는 성매매 포털의 제휴 제안(53건)이 그다음으로 많았고, 성매수자 데이터베이스(DB) 판매(27건)부터 성매매 업소 ‘프로필’ 제작(7건), 성매매 후기 대리 작성(2건), 성매매 업소 전용 단말기 판매(1건) 등을 제안하는 다양한 ‘유관 업계’ 관계자들의 문자가 이어졌다. 성매매 산업을 뒷받침하며 여기에 기생하는 업체들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문자를 보면, 성매매 포털은 ‘성매수 희망자’와 ‘성매매 업소’를 이어주는 삼각형 고리의 시작점이다. 요즘 성매매는 대개 성매수자들이 성매매 포털에 게재된 업소 ‘프로필’ 형태의 광고를 보고 마음에 드는 업소를 골라 거기에 게재된 전화번호로 성매매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권경란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감시사업팀장은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업소를 제외한 나머지 성매매 업소는 100% 성매매 포털에 온라인 광고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매수 남성들의 예약 문의 문자는 대개 ‘성매매 포털 ○○를 보고 연락했다’는 말로 시작했다. 포주의 번호로 들어온 문자에 언급된 성매매 포털 주소는 모두 48건(16개 포털)이었는데, 이들 중 현재 접속이 되는 포털의 메인 화면을 살펴보니 여성의 노출 사진을 담은 성매매 업소의 프로필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역별 페이지에 들어가면 더 많은 성매매 업소의 프로필이 노출되는 형태다. 다시함께상담센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성매매 포털의 규모와 영향력에 따라 적게는 100개에서 많게는 800개까지 성매매 업소의 프로필이 실린다. 프로필에는 성매매 업소가 위치한 지역과 연락처는 물론, 성매매 여성의 외모 특징 정보와 성매매 후기까지 담긴다. 상세 정보는 대개 로그인을 해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7년째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ㄱ씨는 “성매매 포털과의 제휴가 업소 홍보의 핵심”이라며 “제휴 사이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포털에 광고를 하면 콜수(성매매 예약)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손쉽게 접근하게 된 성매매

성매매 포털은 업소로부터 매달 수십만원의 ‘제휴비’를 받고, 업소 프로필을 사이트에 노출해준다. 회원 수가 많은 ‘메이저’ 성매매 포털의 경우, 매달 업소로부터 30만원 정도, 중소 규모 포털은 월 10만~15만원을 받고 광고를 실어준다는 게 ㄱ씨의 얘기다. 신생 포털의 경우, 성매매 업소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첫 몇달간은 무료로 프로필을 게재해주기도 한단다.

성매매 포털에 성매매 업소 광고가 100~800개가량 실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매매 포털이 매달 거둬들이는 돈이 적게 잡아도 1천만~2억4천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떨어진다. 실제로 2021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한 성매매 포털 운영자들의 판결문을 보면, 포털을 만든 지 8개월 만에 최소 1억8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 70만명을 보유해 한때 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로 꼽혔던 ‘밤의 전쟁’의 경우, 성매매 업소 7천여개를 광고해주고 약 7년 동안 210억원가량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성매매 포털이 성매매 업주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휴하자고 문자를 보내는 이유다. 포주에게 들어온 문자 53건은 성매매 포털 관계자 18명이 보낸 것이었는데, “콜수(예약 건수)를 보장한다”거나 “하루 유입 손님 1만명”, “손님 미방문 시 보상한다”는 단서를 달아 배너 광고를 게재하라고 제안하고 있었다.

성매매 포털들은 수시로 온라인 접속 주소를 바꿔가며, 수사기관의 단속과 접속 차단을 피하고 있다. 실제로 포주의 번호로 들어온 문자에 언급된 포털 주소 48개 가운데, 클릭 뒤 곧장 성매매 포털로 연결되는 주소는 단 1곳, 31곳은 접속 차단·불가 상태였으나, 16곳은 ‘대체 사이트’로 연결되고 있었다. 성매매 포털 ‘오○○’의 경우, ‘현재 주소는 ○○○○○○57.com’이지만 ‘다음 주소는 ○○○○○○58.com’이라며, 사이트 차단에 대비한 주소까지 버젓이 공개하고 있었다.

성매매 포털에 기생하는 업체들

성매매 포털에 올라온 수백개의 업소 중에서 성매수 남성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그럴싸한 업소 프로필과 ‘만족했다’는 성매수 고객들의 ‘후기’가 필수다. 그 틈을 파고들어, 성매매 업소 전용 프로필을 제작하는 업체들과 후기를 대리 작성해주는 업체들도 성업 중이었다. 포주에게 문자를 보낸 7개 업체들은 성매매 포털에 올릴 프로필에 “핫한 고퀄 출근부 이미지 제작” 등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한 업체에 문의해보니, 사진 형태의 프로필은 15만원, 움직이는 이미지가 들어간 프로필은 20만원이면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업체 관계자는 “매일 예약이 가능한 성매매 여성의 명단을 업소 대신 성매매 포털에 올려주는 ‘업체 페이지 관리’ 서비스도 매달 15만원에 해줄 수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후기 대리 작성 업체 2곳이 보낸 문자에는 ‘1건당 5천원, 최소 6건’ 단위로 ‘긍정적’ 성매매 후기를 작성해 성매매 포털 내 게시판에 올려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성매수자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판매)’하는 업체들도 “전국 최대 디비 보유”, “6천만개 디비 확보” 같은 문구를 내걸고 적극적 고객 유치(문자 27건)에 나서고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제작된 성매수자 디비는 수많은 성매매 알선업자들이 성매매 과정에서 확보한 성매수자들의 연락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디비 업체 관계자 ㄴ씨는 이 앱을 깔면 성매매 업소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연락처의 소유자가 ‘진짜’ 성매수자인지, 진짜라면 받지 말아야 할 ‘진상’ 고객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도록 정보가 뜬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전화 수신 시 팝업창에 (성매매 업소가 성매수자 연락처를 평가한) ‘좋아요’ ‘싫어요’ 개수까지 나와 손님 성향까지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장 단속’에 나선 경찰의 번호는 아닌지도 판별할 수도 있다는 게 ㄱ씨의 말이다. ㄱ씨가 한겨레에 보여준 디비 앱에는 전국의 성매매 업주들이 수집한 연락처 옆에 ‘경찰 의심’, ‘광수대’, ‘짭새 받지 마’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ㄱ씨는 “대부분의 위장 단속 경찰은 디비 앱으로 거를 수 있다”며 “이 디비 앱 덕분에 단 한번도 단속을 맞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단속 피하게 한다는 문자까지

디비 업체 중에선 실시간으로 ‘경찰 단속 정보를 제공한다’고 내세우는 곳들도 있었다. 포주의 번호로 ‘경찰 단속 알림 서비스 관리자’라며 문자를 보낸 한 업체쪽으로 연락을 했더니“경찰 앱을 해킹해 경찰 서버와 연결돼 있다. 출동보고서를 확인해 경찰 출동 지역 주소와 출동 경찰 얼굴까지 알림 받으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서비스가 이뤄지는 방식’을 묻자 “서버 수용 인원이 다 차서 마감했다”고 얼버무렸다.

성매매 업소 단속 경험이 많은 서울의 한 경찰은 “경찰 서버와 연동해서 실제 단속 정보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경찰 사진까지 갖고 있다는 건 더더군다나 어려운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과 성매매 업소의 유착 속 경찰 단속 정보가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얘기했다.

성매매 여성 ㄷ씨는 “경찰이나 구청 공무원 등에게 뇌물이나 접대를 해서 단속 정보를 먼저 받거나 단속을 막는 걸 ‘관작업’이라고 한다”며 “대형 업소 대부분은 관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년 동안 오피스텔 등 위장형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다. ㄷ씨의 말마따나 2020년 서울의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 풍속팀 경찰관들이 관내 오피스텔형 성매매 업소로부터 성접대와 뇌물 등을 받고, 단속 정보를 알려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2022년 12월3일, 한겨레 토요판에 ‘성매매 알선 전화 번호로 걸려온 전화’가 보도됐다. 이 보도 이후에도 이 번호로는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 등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포주의 문자를 통해 과거와 달리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매매 산업이 더욱 다양한 분야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 것에 주목했다. 권경란 팀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매매 산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단속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다”며 “단속이 어렵다 보니 성매매에 뛰어드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도 “경찰이 성매매 포털을 대대적으로 수사해서 단속해도 실질적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극소수고, 그에 반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높으니까 단속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가영 서울여대 교수(교양대학)는 이에 “정부가 성매매 근절 의지가 있다면 성매수자 처벌을 강화하는 등 수요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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