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정당의 길, '기호 3번' 통합 vs. 뿔뿔이 출마 [청·토·배(청년정치, 토크배틀)]

2024. 1. 2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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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가장 많은 비난을 받지만,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전문적 식견에 따뜻함을 더한 마음으로 정치를 생각하는 두 청년의 솔직한 토론을 통해 한국 정치의 발전을 모색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 이 전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연합뉴스

통합 고민하는 이낙연·이준석,
비례대표 공천이 최대 쟁점
통합 후 갈등하면 지지세 이탈

이낙연과 이준석. 거대 양당을 이끌었던 전 대표들이 각각 창당에 나선 건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서로를 악마화해 반사이익을 얻던 21대 국회의 모습들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에게는, 거대 양당의 전 대표들이 제각기 나서 제3지대가 조성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필자도 제3지대의 존재가 우리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제3지대 통합이나 연대는 그렇게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밝혔듯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원칙과 상식의 의원들이 준비 중인 미래대연합이 힘을 합치길 바라는 여론이 있다.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이 합당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당대당 통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대당 통합도 쉽지 않은데 여러 세력이 모이면 이해관계를 좁히는 데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비례대표 결정을 놓고 갈등이 가장 심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가 지역구에서 의석을 배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정당득표에 따른 비례대표 선출이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비례대표 결정권을 누가 어떻게 행사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같은 진영에서 정치를 해보지 않았기에 단기간 신뢰를 쌓기에는 어려운 일이고 무작정 상대방 양보만을 바랄 수도 없다.

제3지대에 나선 정파들의 진영이 달랐던 것도 통합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각 정당의 지지자들이 바라는 지점과 제3지대의 현실적 측면에서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충할 것이다. 가치와 신념이 달라 갈등관계에 있던 정치인들이 속해 있고, 이들이 만난다는 것은 각 지지자들이 볼 때 쉽게 용인할 수 없다.

물리적 시간을 고려한다면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미래대연합 등이 단번에 합치길 바랄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단계별 통합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은 같은 정당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많다 보니 먼저 통합하고, 이후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과의 통합 가능성을 논의하는 방법이다. 물론 단계별 통합은 비례대표 협상 권한에 있어 지분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 새로운 미래와 미래대연합이 통합한 이후 다시 개혁신당 및 한국의희망과 협상을 하면 협상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3지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과 비슷한 고질적 갈등이 제3지대에도 생긴다면 국민의 실망감은 그만큼 더 클 것이다.


제3지대 통합, 관건은 기호 3번
이준석 없는 민주계 연대도 가능
철학 없는 선거연대는 회피해야

24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양향자 의원의 신당이 합당선언을 했다. 정책 노선으로 봤을 때 이들의 합당은 예견됐던 일이다. 그러나 민주진영을 뿌리로 둔 이들과 보수진영을 뿌리로 둔 세력의 통합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통합 여부가 제3지대 신당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기호 3번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신당 창당에 나선 이들은 전혀 다른 정치적 노선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왔는데도, '기호 3번'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통합을 외치고 있다. 철학과 비전의 합치 없이 3번을 향한 열망으로 통합될지 의문이다. 느슨한 선거연대에 머무르는 결말이 날 수도 있다.

기호 3번을 향해 통합하려면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 '정치공학적 정치 결사체'라는 비판을 넘어 명분 있는 통합을 연출해야 하는 점이고 둘째, 공천과정 주도권 싸움에서 서로 적어도 반보씩 양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명분 있는 통합'에서 유일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전략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타 신당들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빅텐트 골든타임이 이미 지났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거리를 유지할수록 주도권을 이 대표가 갖는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속도조절과 밀고 당기는 과정 속 갈등과 합치가 만드는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될수록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표가 영리한 포석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대표와의 통합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 민주 진영을 뿌리로 둔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와 원칙과 상식 의원들로 대표되는 (가칭)미래대연합의 통합에 우선 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 대표가 빅텐트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면서 '4파전'도 고려하고 있단 메시지가 민주계열 신당에서 표출되고 있다.

두 번째는 공천주도권 싸움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의 문제일 텐데 결국 이건 서로 양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벌써부터 비례대표는 따로 낸다는 둥 출마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나온다. 정치적 동지들에게 정치적 빚을 진 리더들로서는 누군가를 배제하지도, 포기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느슨한 선거연대가 될지, 각자의 몫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대합당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어느 순간 기호 3번이라는 마법 아래 이낙연 위원장-이준석 대표가 대통합의 모양새를 취하는 모양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그런 선택이 얼마나 명분 있어 보일지는 의문이다. 그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합당이 과연 그토록 외치는 '새로운' 정치일까.

김용태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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