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권력투쟁에 지새는 21대 국회…유종의 미도 못 거둘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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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여야가 시급한 쟁점 법안을 협상 처리하겠다며 가동한 '2+2 협의체'가 뚜렷한 성과 없이 멈춰 섰다.
여야의 정쟁에 각종 민생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견의 조정과 타협이 국회의 기능"이라며 "당파적 이해관계가 있는 이슈만 부각시킬 게 아니라, 민생에 시급한 법안을 논의할 장을 선거까지도, 선거 후 잔여 임기에도 꾸준히 열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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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천 국면 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로
여야 이견 적은 법안들도 대거 폐기 위기
지난해 말 여야가 시급한 쟁점 법안을 협상 처리하겠다며 가동한 '2+2 협의체'가 뚜렷한 성과 없이 멈춰 섰다. 이 때문에 거대 양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부 권력투쟁과 정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뒷전으로 밀린 '민생 밀접 법안'들이 대거 폐기될 상황에 직면했다. 선거제 개편과 특별감찰관 임명 등 산적한 현안에서도 타협의 여지 없는 극단의 대결 정치가 이어지면서 임기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도 거두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2+2' 빈손 종료에도 서로 남 탓... 타협의 실종
24일 여야 원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2+2) 민생법안협의체는 지난달 회의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었다. 당초 여야는 각각 중점 추진 법안 10개씩을 테이블에 올렸는데, 협의체를 통해 합의에 이른 쟁점 법안은 없다. '빈손 해산'이다.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날 "야당이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던 법안(가맹사업법·지역의사제 도입법 등)을 상임위에서 단독 강행 처리했는데,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애초부터 '논의사항이 아니다'라고 못 박아서 그렇다"며 "어떤 건 아무것도 안 된다, 어떤 건 무조건 받으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협상이 되겠냐"고 반박했다. '타협 없는 무한 갈등'에 민생 관련 법안 처리의 마지막 끈마저 여야가 놓아버린 셈이다.
일단 여야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법들을 소관 상임위에서 다시 협상하겠다는 자세지만,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다.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공천이 본격화되면 사실상 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당장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논란으로 시작된 갈등 수습에 직면해 있고, 민주당은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권력 투쟁의 피해자는 국민... "정치 복원해야"
여야의 정쟁에 각종 민생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당장 2+2 협의체의 의제였던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개정안(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급한 문제로 평가받는 '고준위 방폐장 조성'도 늦춰질 전망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문제가 되는 폭염 노동에 대한 대책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실외 근로자들은 내년에도 뙤약볕 아래로 내몰리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비쟁점 법안까지 자동폐기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알박기 인사 방지법(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말 여야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세부 적용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 흐지부지됐다. 이외에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은행법(개인의 신용 상태가 개선되면 자동 금리 인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전세사기 등 다수 피해자 대상 사기 범죄 가중 처벌) 개정안 등도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지만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1만6,591건에 달한다.
선거철마다 입법 활동이라는 국회의 본질을 등한시한 채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견의 조정과 타협이 국회의 기능"이라며 "당파적 이해관계가 있는 이슈만 부각시킬 게 아니라, 민생에 시급한 법안을 논의할 장을 선거까지도, 선거 후 잔여 임기에도 꾸준히 열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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