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는 이들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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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꽃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벌인 학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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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노래로도 나이를 알 수 있다. 졸업식 하면 이 노래가 떠오르니, 나도 나이 좀 먹었나 보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중략)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하략)”
오래전 그날 ’졸업식 노래’가 울려 퍼지면 운동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동생을 업고 공부했던 친구도, 제자와 도시락을 나눠 먹었던 선생님도, 모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엄마들도 울었다.
요즘 졸업식은 경쾌하다. 강당 스피커에서 나오는 ‘젊은’ 노래에 졸업생들은 춤도 춘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중략)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하략)” 015B의 ‘이젠 안녕’이다.
졸업식에서 ‘졸업식 노래’는 더 이상 부르지 않는다. 80세가량 된 '늙은' 노래이니 그럴 만도 하다. 노랫말 속 단어의 뜻도 지금하곤 다르다. 1절의 ‘언니’는 손윗사람을, 2절의 ‘아우’는 손아랫사람을 뜻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아우'라는 말을 쓸까.
졸업식의 거품은 빠졌다. 전날 졸업식에 ‘다녀온’ 꽃다발이 중고로 싸게 거래된다. 졸업생들은 교복과 참고서 등을 후배들에게 물려준다. ‘꽃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벌인 학교도 있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이지 싶다.
사자성어를 들먹이며 잘난 척하던 축사는 사라졌다.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에겐 짧고 인상적인 조언이 최고다. 옥스퍼드대 졸업식에서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딱 두 마디로 축사를 마친 윈스턴 처칠이 박수를 받은 이유다. 달라이 라마도 "불굴의 정신으로 진짜 인생을 시작하라"고 한마디로 끝냈다.
졸업생은 누구나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꿈은 좇아야 한다. ‘좇다’는 목표 이상 행복 등을 추구하거나,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를 때 어울린다. 희망을 좇고 명예를 좇고 의견을 좇는다. 어디론가 이동은 있지만 직접 발걸음을 옮기지는 않는다. 심리적 이동만이 있을 뿐이다.
‘쫓다’는 발걸음을 떼어서 공간을 이동할 때 적절한 표현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음주운전 차량을 끝까지 쫓아가 잡았다”처럼 활용할 수 있다. “황소가 꼬리를 흔들어 등에 붙은 파리를 쫓았다"와 같이 어떤 자리에서 내몬다는 의미도 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짜장면을 먹는 건 여전하다. 졸업식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 그날 함께 짜장면을 먹었던 친구들은 꿈을 이뤘는지, 벗이 그리운 시절이다.
노경아 교열팀장 jsjy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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