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화영 재판도 지연 성공, 李대표 또 퇴정, 재판이 아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돼 15개월째 재판을 받아온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가 다음 재판부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건 재판장인 수원지법 신진우 부장판사는 2월 초 법원 인사 때 교체 대상이다. 이를 감안해 검찰이 23일 재판에서 다음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자고 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절차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신청한 증인 한 명에 대한 신문과 검찰과 변호인이 낸 서류 증거 조사뿐이다. 검찰은 이를 하루에 몰아서 끝내자고 했다. 재판부가 선고할 생각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재판 기일을 두 차례 잡아 선고를 사실상 다음 재판부로 떠넘겼다.
그동안 이 사건 재판에선 갖은 지연 시도가 있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자 운동권 출신인 그의 아내가 법정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친 뒤 변호인이 교체됐다. 이 대표 측근 의원이 이 전 부지사 아내·측근과 접촉한 뒤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번복했다. 그리고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이 77일간 중단됐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사법 방해이자 명백한 재판 지연이었다. 이를 재판부가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재판 횟수를 늘려 자신들이 선고할 수도 있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선고할 생각이 없이 재판하는 시늉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열린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재판에선 이 대표가 오전 재판만 받고 퇴정했다. 건강상 힘들다는 이 대표 요청을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부장판사가 받아준 것이다. 흉기 피습 이후 이 대표 건강이 아직 정상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해 단식 직후 열린 이 사건 첫 재판 때 “앉아 있기도 힘들다”며 재판을 일찍 끝내고는 국회로 가 표결에 참여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선 국정감사 때문에 불출석한다고 해놓고 국감장엔 가지도 않았다. 재판부를 농락한 것이다. 그러니 이번 조기 퇴정을 놓고도 의구심이 생기고, 이 대표가 아니라면 판사가 그런 요구를 받아줬겠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가 재판을 16개월 끌다 선고를 하지 않고 사표를 내버렸다.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2주에 1회’씩 재판하면서 시간을 끌다 도망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젠 15개월 끈 이화영 사건 선고도 미뤄질 판이다. 재판을 질질 끌다 책임을 피하고 싶은 판사와, 선고를 막으려는 피고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이런 결과가 계속 나올 것이다. 판사도 아니고 재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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