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 “尹, 당과 상하 아닌 협력관계… 韓, 많이 묻고 들어야”
여야 원로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은 4월 총선은 물론 나라의 미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겐 전보다 유연한 자세로 당을 대하는 태도가, 한 위원장에겐 주변과 상의해가면서 결정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논란’에 대해선 “성역 없이 사안을 다루되, 사실에 기반해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尹, 당의 여론 전달 존중해야”
여권 원로들은 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의 만남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국민의힘 유흥수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이 먼저 손 내밀며 만난 것 자체가 좋은 일이고, 전화위복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한 위원장이 대체로 옳은 이야기를 해왔으니 대통령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두 사람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당정 일체’가 되어 서로 협력해나가야 하는 관계”라면서 “대통령은 여당이 설명하는 국민 여론을 경청하고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황우여 상임고문도 “자연스레 이심전심으로 긴장이 풀린 것처럼 됐다”면서 “모든 일엔 법도가 있으니 대통령도 한국 정당사의 여러 선례들을 앞으로 많이 참고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물밑 조율을 해야지, ‘당신 그만둬라’ 식으로 대응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야권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대통령이 당무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본인도 지난 정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무리한 행동으로 국민적 동정을 얻고 대통령까지 됐는데 똑 같이 굴어선 안 된다”고 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은 관용과 포용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요즘 신년 기자회견도 안 하는데, 주변 참모들은 물론 기자들과도 많이 어울리며 민심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 고문은 “김 여사가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한 위원장의 말은 틀린 게 아니다”라며 “선거 때까지 아무 설명이 없으면 국민들이 유언비어까지 사실로 받아들일 테니, 사과는 아니더라도 ‘송구하다’고 고개 숙이며 국민에게 해명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했다. 황 고문도 “사실 관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헌정회장은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선 한 위원장 이야기가 옳다. 대통령 부인이라고 성역은 아니니, 조사할 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부의장은 “김 여사의 사과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가 촛불집회로 이어졌던 것처럼, 야권이 ‘여사가 다 인정했다’고 몰아가 사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양 명예교수는 “영부인은 ‘내가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韓, 많이 묻고 들어야”
황 고문은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나가려면, 고위 당·정·대 회의처럼 완충 역할 하는 회의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정치를 오래 했다는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해봤다는 의미다. 한 위원장이 앞으로는 중진들에게 많이 묻고 들으면서 사안들을 잘 풀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유 고문은 “한 위원장이 대통령과 어설픈 차별화를 시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전 부의장은 “한 위원장이 심지 굳게 잘 해왔지만, 본인이 잘못한 것은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 명예교수는 “한 위원장도 너무 거침이 없다”며 “큰 정치인이 되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회의장은 “검사는 정치의 본질을 권력 투쟁으로 생각하고, 둘 다 타고난 검투사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목숨을 건 끝장 승부를 보게 될 것”이라며 “정치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포용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타협해가는 과정이다. 둘 다 빨리 ‘정치’를 이해해야 이 나라에 불행한 일이 안 일어난다”고 했다. 양 명예교수는 “둘의 갈등은 정치 초보나 할 법한 일로, 속으로 아무리 불편해도 그걸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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