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연극상은 연극 인생 마중물… 무대위 행복과 짜릿함에 못떠나”
송, 초6때 특별상 “무대가 최고 놀이터”
김, 90세 연출가로 수상 “소원 이뤘다”
둘이 머리 맞댄 ‘난타’는 글로벌 대박
올해 60주년을 맞은 동아연극상에서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가 배출됐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연극 ‘혁명의 춤’을 연출한 김 씨다. ‘혁명의 춤’은 200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 퇴임 이후 22년 만에 연극 ‘겹괴기담’으로 복귀했던 그가 지난해 선보인 실험극이다. 그는 “한평생 여러 상을 받았지만 동아연극상은 처음이다. 오래 기다렸다”며 “40여 년 전 초연 땐 대중과 평론가에게 외면받던 작품이 상까지 받으니 시대가 바뀌었음을 절감했다. 동아연극상이 내 소원을 이뤄줬다”며 웃었다.
“부상으로 받은 시티즌 시계를 차고 의기양양하게 중학교를 간 기억이 나요. 재미로 시작한 연기였지만 상을 받자 ‘연극을 해야겠다’는 꿈이 명료해졌죠. 극장은 제게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놀이터였어요.”
이후 그는 공연제작사 PMC프러덕션을 차려 오늘날 누적 관객 수 1514만 명을 돌파한 스테디셀러 논버벌 공연 ‘난타’를 제작하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까지 맡는 등 배우 겸 제작자로 성장 가도를 밟았다.
K콘텐츠 열풍의 원조 격인 ‘난타’는 사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 완성됐다. 1997년 초연 이후 2년이 흘러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을 준비하던 송 씨는 ‘어떻게 하면 전 세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싸매다 김 씨에게 SOS를 쳤다. 그는 “실험극 불모지를 개척한 선배의 말이니 믿을 수 있었다. 물을 두드려보자는 권유를 따랐고 에든버러에서 엄청난 환호를 샀다”고 했다. 연기와 물, 빛을 활용한 한국 연극사상 최초의 구조주의 연극 ‘내·물·빛’(1980년)을 연출한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조언이었다.
새로움을 좇은 연극인들은 필연적으로 가난했다. 김 씨는 “1980년대 초반, 실험극 세 편을 연달아 올리고 나니 수중엔 200만 원 적자만 남았다”며 “더는 지원금조차 받기 힘들어져 잠시 실험극을 접고 아동청소년극 제작으로 전향했다. 이후 ‘방황하는 별들’을 비롯해 6년간 만든 ‘별 시리즈’ 5편이 연일 매진돼 돈을 좀 벌었다”고 했다. 송 씨는 1990년대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던 즈음 부모님의 사업 실패가 겹치며 빚더미에 앉았다. 그는 “‘난타’를 성공시킨 원동력은 당시 인생의 목표였던 빚 갚기였다”고 했다.
이들이 거친 풍파에도 무대로 회귀하는 건 연극만이 주는 재미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 삶 속에서 번쩍 빛이 드는 순간을 무대에 올렸을 때 관객은 웃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면서 “그런 순간을 선물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송 씨는 “편집으로 완성되는 드라마, 영화의 연기와 달리 연극은 무대에 올라간 순간부터 2시간 동안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한다.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짜릿하다”고 했다.
끝 모르는 담금질은 지금도 두 사람의 생을 두레박처럼 퍼 올리고 있다. 송 씨는 5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 검열관 역을, 10월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 오르는 연극 ‘더 드레서’의 선생님 역을 연기한다. 그는 “6년 전 황반변성,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할 땐 연극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리고, 깊이 느껴졌다”며 “걷고 들리고 말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뉴욕을 샅샅이 뒤지며 기록한 공연 후기들을 엮은 책 ‘김우옥, 뉴욕에서 바람나다’를 이달 말 출간한다.
“아흔 살 먹고 미래를 얘기한다는 게 쑥스럽긴 하지만, 이왕 동아연극상도 받았으니 ‘별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웃음)”
한편 제60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은 2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열린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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