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자신만의 강점 찾기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2024. 1.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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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독수리는 용맹함의 대명사이고 부엉이는 ‘미네르바의 부엉이‘ 라는 말도 있듯이 지혜로움을 상징한다. 공통점은 맹금류에 속하며 무시무시한 포식자라는 것이다. ‘새들 중의 최강인 이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라는 상상은 아쉽게도 소용이 없다. 둘은 거의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낮의 제왕이고 부엉이는 밤을 다스린다. 각각의 환경에 따라 진화했는데, 환한 낮에 재빨리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서 독수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되었고, 반대로 부엉이는 깜깜하고 조용한 밤에 사냥하기 위해 예리한 청각과 들키지 않고 조용히 나는 법을 터득했다. 환경에 맞게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적응한 결과다. 독수리와 부엉이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다.

청룡의 해가 밝은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새롭게 마음먹고 다짐한 일들이 벌써 하나둘 꺾이고 있다는 푸념이 들려온다. ‘미러클 모닝’의 유행을 따라 혹자는 굳은 다짐으로 새벽에 일어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누구에게나 잘 맞고 효율적인 건 아니다.

필자 역시 학창시절 그런 경험이 있다. 당시 시험 기간에는 많은 학생이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다. 엄청난 양의 학업을 해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필자는 밤을 새워서 뭔가를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밤새 공부하는 동기들이 부러웠고, 시험을 앞두고 남들과 함께 발맞춰 준비해야겠다는 왠지 모를 조바심에 덩달아 밤을 새웠다.

결과적으로는 밤새 꾸벅꾸벅 졸다가 제대로 공부를 못해서 시험을 망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우리 선조들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표현했다.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고요하고 깜깜한 밤에 독수리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난다면 그 소리에 놀란 동물들이 숨어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뛰어난 청력을 가진 부엉이라도 낮의 다양한 소음 속에서는 먹이의 움직임을 눈치 채기 힘들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가진 강점이 환경에 따라 빛을 발하기도 하고 소용이 없어지기도 한다. 뛰어난 청력을 가진 사람은 남들이 듣지 못하는 음을 파악하고 수준 높은 연주를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연주자로서는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지나치게 민감한 청력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남들은 무던히 넘기는 소리에 매번 반응하면 예민한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다. 우리는 보통 마지막 결과만 머릿속에 남긴다. 자신의 장점을 발휘해서 뛰어난 연주자가 되거나 결과물이 있어야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주위의 평판이나 인정에만 기대다 보면 그에 따라 스스로의 자존감도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이다. 성공이라는 결과만 보고 자신에 맞지 않는 목표를 세운다면 매년 작심삼일이 될 수밖에 없다.

소리를 모으는 반사판처럼 생긴 동그란 얼굴과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조용히 날 수 있는 부엉이의 겉모습은 밤에만 가치가 있다. 낮의 다양한 시각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부엉이 같은 얼굴 정면의 두 눈은 오히려 불리하다. 다른 새들은 양옆으로 눈이 있어 거의 360도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엉이가 낮에 활동했다면 ‘나는 왜 눈이 얼굴 한쪽에 모여 있을까’하고 푸념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부엉이처럼 자신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가? 아니면 부엉이면서 독수리를 따라 하려고 하지 않는가? 고민해봐야 한다. 부모님이나 주위 친구들이 다 좋다고 해서 시작한 길이 나에게는 결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이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그 순간에 말을 거들뿐이다.


벌써 새해가 되고도 1월의 3분의 2가 지났다. 과연 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또 어떤 부분을 강화해서 발전시켜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겠다. 남들과 ‘다른’ 부분을 스스로 ‘발달’시키고 개발하지 않는다면 타인들에게 그 다름은 ‘틀림’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름을 강점으로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 늦기 전에 구태의연한 새해 계획보다 나의 숨겨진 강점을 제대로 한번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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