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식구’… 쑥쑥 크는 ‘홈가드닝’

안상현 기자 2024. 1.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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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산업으로 자란 ‘반려식물’

경기도 용인에 사는 프리랜서 강사 김모(50)씨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당시 모든 일이 원격 강의로 바뀌자 집 안에서 율마와 아보카도, 칼랑코에, 제라늄, 장미 베고니아 같은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강의실 배경이 된 거실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시작했지만, 엔데믹 이후에는 가장 중요한 취미가 됐다. 김씨는 “요즘은 식물이 아플 때 사진만 찍어 올리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는 앱이 있어 키우기가 훨씬 쉬워졌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반려식물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홈가드닝(실내 식물 재배)과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려식물이 하나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식물 관리 전용 앱 서비스가 생겨나고, 플랜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등 반려식물 관련 기업들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물과 영양제로만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신(新)가전으로 인기를 끌었던 식물재배기를 선보인 기업들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는 2021년 1216억원이었던 국내 실내 농업 관련 시장 규모가 연평균 75%씩 성장해 오는 2026년 1조751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김성규

◇AI 진단 앱·꽃 재배기도 등장

스타트업 ‘그루우’는 식물 진단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을 찍어 올리면 AI가 어떤 식물인지 알려주는 것은 물론, 상태가 안 좋은 식물은 증상과 원인을 파악해 구체적인 처방까지 제시해 준다. 서비스가 출시된 지 2년이 되지 않았지만, 157만건 이상의 식물 관리 기록이 쌓였을 정도로 식물 애호가들의 반응이 뜨겁다. 예컨대, 잎사귀 상태로 냉해(冷害)나 과습 같은 원인을 파악하고 위치 이동이나 토양 배수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권휘광 그루우 대표는 “현재 그루우 도감에 등록된 식물 종류는 1만2000종 이상”이라며 “우리가 화훼단지에서 살 수 있는 식물 종이 1200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식물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어떤 식물을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맞춤형 식물을 추천하는 스타트업 ‘풀리프’의 플랜테일러, AI를 활용해 환경별 관리 방법을 제시해주는 스타트업 그로잉레시피도 반려식물 애호가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다.

일회성 이색 가전에 그칠 뻔한 식물재배기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식물재배기 ‘웰스팜’을 선보였던 교원 웰스는 지난해 10월 꽃 전용 재배기 ‘플로린’을 출시했다. 교원 웰스 관계자는 “반려식물 문화로 식물재배기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플로린 출시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식물재배기 ‘틔운’을 선보인 LG전자 역시 올 초 다양한 씨앗을 키울 수 있게끔 식물재배기 전용 소모품을 정식 출시하는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B2B로 확장하는 반려식물 사업

반려식물 기업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간 집을 비우는 사람들을 위한 식물 전용 호텔 ‘가든 어스’를 운영하며 입소문을 탄 스타트업 ‘마초의사춘기’는 서울 코엑스나 더현대서울 같은 실내 공간에 적용하는 식물 조경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마초의사춘기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 규모는 150곳 정도”라며 “현재 누적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했다.

기업 사옥의 식물들을 위탁 관리해 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스타트업 트리팜은 기업 사옥 실내 조경 사업에 나선 지 1년 만에 LG유플러스·SONY·센드버드 등 100여 개 기업의 사옥 식물을 관리 중이다. 고창완 트리팜 대표는 “과거에는 회사 내 식물 관리를 직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업 문화가 선진화되면서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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