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58] they only have one flaw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wherever there is an unfortunate, God sends a dog).” 인간보다 개를 더 사랑했던 더글러스 먼로의 처연한 삶을 그린 액션 영화 ‘도그맨(Dogman∙2024∙사진)’은 프랑스 낭만파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인용구로 시작한다. 어째선지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문구만 보고 납득할 말 같다.
더글러스(케일럽 랜드리 존스 분)는 끔찍한 가족사로 가족을 모두 잃고 휠체어 신세가 된 청년이다. 그는 개들에게 둘러싸여 자란 까닭에 개들과 소통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니, 잘 안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그들 사이엔 굳이 말도 필요 없다.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는 영혼의 형제다. 인간들에게 상처받고 소외된 더글러스는 개들과의 낙원을 만들어 개들과 함께 악한들을 물리치고 수고비를 받는 숨은 영웅으로서의 삶을 택한다.
악당들과의 싸움에서 쫓기다 만난 정신과 의사 에블린이 더글러스에게 묻는다. “그럼 인간보다 개들을 더 사랑하신다는 건가요?(Would you say that you love your dogs more than you love human beings?)” 더글러스는 주저 없이 말한다. “인간을 알아갈수록 개가 더 좋아져요(The more I got to know humans, the more I loved dogs).” 더글러스는 개의 미덕을 길게 늘어놓고는 한숨을 뱉어내듯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알기로 개의 결점은 딱 하나예요. 인간을 믿는다는 것(As far as I can tell, they only have one flaw. They trust humans).”
라마르틴의 말처럼 불행이 있는 곳마다 개를 보낸다는 신의 뜻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더글러스의 불행은 개들로 인해 희석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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