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국가유산’ 시대, 지역의 관점으로 보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오랫동안 법률·행정용어로 폭넓게 쓰여온 문화재(文化財)라는 명칭과 개념이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대체된다. 유형·무형문화재 등으로 나누던 분류체계도 문화유산, 자연유산,무형유산으로 개편된다. 문화재청의 명칭도 지난해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이 본격 시행되는 올 5월에 국가유산청으로 바뀐다. 필자가 속한 기관 역시 경기문화재연구원에서 경기역사문화유산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재화적 성격의 ‘문화재(材)’ 개념을 바꾸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기 때문에 당연한 변화라고 볼 수 있지만 다양한 유산을 통칭하는 용어로 국가유산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상응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즉, 세계>국가라는 범주적 형식 논리의 결과물이라고 여겨도 될 듯하다. 그런데 같은 논리로 국가>지역(지방)도 성립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빠져 있다. 지금까지의 유산(문화재) 보존·관리는 국가지정(등록), 시·도지정(등록)으로 분류해 실시했는데, 문화재 대신 국가유산이란 용어를 쓰게 되면 국가지정 국가유산, 시·도지정 국가유산이라고 해야 한다.(국가유산법 제13조) 법에는 관리 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라고 적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어 그 자체에 지역은 빠져 있는 셈이다. 이전에 비해 국가(중앙정부)의 역할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나의 짧은 이름에 많은 걸 담을 수는 없겠지만 국가유산이란 용어에 지방은 삭제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갖는 중요성이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지방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각 지역에서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돌봄사업의 명칭의 변경을 둘러싸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경기국가유산돌봄이라고 했을 때 국가유산의 개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돌봄 대상을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또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서 명칭인 문화유산과(팀)과도 맞지 않는다. 문화유산은 국가유산의 하위개념이라고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조선 이후 중앙집권 통치가 매우 강화되면서 문화적으로도 획일화되는 경향을 띠었다. 오늘날에도 지방문화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특화하기보다는 중앙의 통합적 관점으로 정형화하는 것을 편리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는 사실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지 않는다. 결국 지방의 자리와 역할은 지방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의 ‘새 역할과 가치’를 제시하는 비전을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가 국가 및 지역발전의 신성장동력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지방의 유산이 진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확장성 있는 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의 주체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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