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예술과 소통
카운트다운 10, 9, 8…1. 00시. ‘댕~, 댕~, 댕~..’ TV의 보신각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피뉴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의 덕담을 메시지로 주고받으며 올해의 무사와 안녕을 염원해본다. 2024 갑진년, 용의 해가 시작됐다. 우리 모두의 기억과 아쉬움을 뒤로 남겨두고 새로운 한 해가 어김없이 시작된 것이다. 2023년이 시작되던 작년 1월1일, 우리는 토끼처럼 깡총깡총 도약하며 살아보자는 각자의 희망과 약속을 품으며 계묘년을 살아왔고 이제는 또 다른 웅비의 다짐으로 새로운 해를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2023년 12월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과 새로운 해인 2024년 1월1일은 시간의 흐름으로 바라본다면 새로울 것 없는 반복적인 시간의 연속일 뿐이다. 아침의 분주한 시작과 직장, 가정, 학교, 기업 등의 일상과 저녁의 마무리는 올해에도 작년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며 그 ‘새로움’ 이라는 의미로 희망을, 목적을,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고 써내려가길 기대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새로움’이라는 의미와 자극을 만들어 가며 나만의 인생을 완성해 가는 새로운 의미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필자는 디자인 전공자로서 기업이나 단체 등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고 연구하지만 예술가로 스스로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 학문의 역사적 맥락과 배경도 예술과 관계가 깊겠지만 아마 어려서부터 새로운 것을 그리기 좋아하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화가를 꿈꿨던 것에 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항상 예술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던 차에, 작년 말 국내의 한 기업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아트공모전 평가와 심사를 요청받게 돼 올해 시상식에서 심사평까지 연설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금년으로 두 번째의 공모전으로 역사는 길지 않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문가들과 함께 잘 다듬어 나간다면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 기대됐다. 사실 다양한 위원회, 평가회 등을 다니다 보니 이번에도 봉사라는 이름의 일상적 평가 수행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모전의 배경과 목적 등을 소개받고 1회 수상작들을 감상하고 흥미로운 제출 작품들을 평가하다 보니 그것이 작품과 작가들에게 얼마나 무례하고 좁은 편견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진 것은 작품의 표현과 제작에 있어 경력, 성별, 연령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출품 자격이 된다는 것이고 특히 장르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구상과 표현을 시도하고 ‘새롭게‘ 작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열린 개념이었다. 즉,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두가 참여하고 만들 수 있다’는 공모 기준의 제시는 빠른 속도감과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시대의 흐름과 융합적이고 디지털적인 매체 환경 속에서 적절한 전략이라 판단됐다. 물론 심사평가 기준을 객관성 있게 만들기 어려운 점은 심사자로서는 다소 어려운 심사 과정이었음을 모든 심사위원이 느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위의 공모가 흥미롭고 시대적 흐름을 잘 읽고 있다고 생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유로운 발상과 표현은 제약하지 않았지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통 주제로 새해의 띠를 상징하는 동물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올해의 동물인 ‘용(미르)’을 주제로 다양한 발상과 표현의 예술적 실험들이 펼쳐졌다. 새로운 해에 모두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인 12지간 띠의 소재를 공모로 가져온 것은 브랜드 측면으로 본다면 멋진 차별적 콘셉트이며 나아가 스토리텔링으로서의 연상성까지 확장될 수 있는 스마트한 전략이라 판단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 보다 창조적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 창의성이 회자되는 예술의 영역에서 가장 중심은 ‘새로움’일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의 시대 흐름으로서 창의성은 독단적인 일방통행이 아니며 작가와 작품, 작품과 갤러리, 나아가 예술과 대중의 관계에서 상호 소통하며 보다 친근하고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개인적 체험과 해석의 영역으로 변화되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창조적 흐름이 생겨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예술에서 강조하는 화두는 ‘새로움’에 더해 ‘소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예술의 순수성과 함께 누가 적극적으로 소통했는지가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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