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노동자,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권리도 보장해야

경기일보 2024. 1.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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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우리 사회 곳곳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중소 제조업, 건설현장, 농어촌, 서비스업 등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역할은 지대하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자리를 뜻하는 3D에 죽음(Death)을 덧붙여 4D로 불린다. 이주노동자 역사가 30년 됐지만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열악하다.

경기도내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이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0~2023년 도내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건수는 3천643건이다. 2020년 495건, 2021년 676건, 2022년 1천26건에 이어 지난해는 1천446건을 기록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1천378건(3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1천209건, 남녀고용평등법 378건, 최저임금법 260건, 기타 418건 등이다.

문제는 외국인 고용사업장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해 적발돼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위반 건수 1천446건 가운데 99.4%, 1천437건이 구두 경고 수준인 ‘시정지시’ 처분을 받았다. 사법 처리는 한 건도 없었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시정지시로는 개선이 안 돼 권리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내 이주근로자들은 매해 약 1천214건, 매일 약 3.3건의 임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만 1천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주지 문제도 심각하다. 아직도 상당수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 작업현장에선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기본적인 보호장비조차 없다. 매년 안전사고가 되풀이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가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 규모를 16만5천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외국인 인력은 노동환경과 처우가 열악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게 된다. 기피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수록 임금 체불과 인권 침해 등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대응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이들의 체류 상황이나 노동 조건 등 제반 여건 실태 점검과 개선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인권은 등한시한 채 기업의 수요만 충족시키는 데 몰두해선 안 된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사업장 지도·점검도 철저히 하는 적극적인 근로감독 행정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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