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호소에도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 위기
여야 이견에 본회의 상정 불투명
6조 사업비 ‘달빛철도’ 법사위 통과
반면 여야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총사업비 6조 원대 규모의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정치권 관계자는 “시급한 민생법안에선 타협점을 못 찾는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핵심 정치 기반인 대구와 광주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만 합심해 처리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중대재해처벌법 막판 타협을 위해 회동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윤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불합리한 민주당 요구 조건이 있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치했다”며 “(민주당이) 새로운 조건(산업안전보건청 설치)을 자꾸 들고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은 매년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방지책 없이 중대재해법 적용만 유예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입장을 밝혀 왔다”고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찾아 “준비가 덜 된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
여야는 법사위에서 통과된 달빛철도특별법을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는 오가는 사람이 적어 비용 대비 편익이 적다고 평가받던 법안이다.
“27일부터 동네 빵집도 중대재해법 대상”… 여야는 유예 이견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무산 위기
中企중앙회장, 국회 찾아 하소연… “고용 있어야 노동도 있는거 아니냐”
여야, 의장 주재 회동 접점 못찾아… 오늘도 합의 불발땐 27일 확대 시행
77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4일 오전 8시 10분 국회 본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확대 시행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홍 원내대표를 만나 “고용이 있어야 노동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확답을 듣진 못했다.
김 회장은 오전 9시 10분에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를 만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란 생각이 든다. 50인 미만 기업들이 폐업하지 않도록 사안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건) 불리한 요구조건도 최선을 다해서 절차를 밟아왔지만 새로운 조건을 계속 들고나온다”고 야당을 타박했다.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정부와 경제계가 막판 총력 호소전에 나섰지만 여야는 2년 유예 개정안 처리 합의 마지노선을 25일 국회 본회의 당일 오전으로 미뤘다. 이때도 합의가 불발되면 중대재해처벌은 27일 즉각 확대 시행된다.
● 여야 마지막 본회의 전날에도 대치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 아래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의장실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리 협상을 위한 원포인트 회동을 벌였다. 하지만 5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도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그동안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이 유예돼 왔었지만 27일부터는 적용이 시작된다.
여당은 2년 유예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산업계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폐업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정부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이 요구했던 대로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에 1조2000억 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유예기간 종료 뒤 시행을 약속하는 정부와 경제 단체 성명도 발표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 여당이 중대재해법 유예를 위한 조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산업재해 예방 예산은 2조 원으로 확대하고, 산업안전보건청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브리핑을 열고 “법이 확대 시행되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다”며 여야에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 ‘지역 표심’ 법안은 일사천리
반면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특별법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달빛은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인 ‘빛고을’의 첫 글자를 각각 따왔다. 헌정사상 가장 많은 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당초 ‘고속철도특별법’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복선 고속철도는 비용이 11조 원대에 달하고 그에 따른 비판이 커지자 여야는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에서 6조 원대의 일반철도 건설로 법안을 수정해 재추진했다. 다만 6조 원대 역시 비용 대비 편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 철도가 개설되면 대구와 광주를 1시간 20분대에 오갈 수 있다.
고속철도특별법에는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법사위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타의 취지 및 예타를 진행 중인 다른 노선과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영호남 화합을 위해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했고,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여야가 일치된 의견으로 이 법에 목마르게 절규하고 있다”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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