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향의 해피樂] 좋은 생각도 없고 나쁜 생각도 없다
상담하다 보면 “저는 생각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렇다면 생각이 많은 것이 좋은가요? 싫은가요?”라고 물어보면 어떤 사람은 생각이 많은 걸 신중하다고 좋게 해석하고, 또 어떤 사람은 산만하다며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생각이 많다는 것에 대한 해석이 이처럼 사람마다 다 다르다.
결론만 말하자면, 생각이 많으면 건강에는 좋지 않다.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그 어떤 생각이든 그렇다. 왜냐하면 생각은 뇌가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장기는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다. 위는 음식을 소화하고, 신장은 혈액을 걸러주고, 팔다리는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듯이 뇌는 생각을 담당한다. 그리고 모든 장기가 일하려면 혈액이 필요하다.
뇌도 생각을 하려면 혈액이 필요하다. 즉 생각이 많다는 것은 뇌가 혈액을 많이 소비한다는 뜻이다. 뇌가 혈액을 많이 소비해버리면 팔다리 및 오장육부로 갈 혈액이 부족해진다. 우리 몸이 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뇌에 가장 먼저 혈액을 주고 남은 혈액을 팔다리와 오장육부가 나눠 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뇌가 멈추면 모든 것이 다 멈추지 않는가? 그래서 생각이 많으면 뇌의 혈액량이 많아진다. 그러면 혈액의 불균형이 와서 근육통이 생기기도 하고, 소화가 안 되기도 하고, 뒷골이 당기기도 하고, 면역력이 약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된다.
불안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생각을 내려놓는 훈련, 즉 명상을 하면 많이 건강해진다. 그러나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운동이 중요한지 알면서도 운동을 하지 못하듯, 명상이 좋은지 알면서도 명상을 하지 못하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생각을 내려놓으려면 생각이 왜 많은지부터 생각(?)을 해봐야겠다. 엄밀히 말하면 생각이 많은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기본적으로 생존의 불확실성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사람이 불안해지면 당연히 살아남기 위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생각을 없애고, 생각을 내려놓으려고 백날 천날 노력해도 안 되는 이유는 자신 안의 불안을 직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을 내려놓으려면 자신의 불안부터 다스려야 한다.
‘생각이 많아요’는 ‘불안해요’라는 말과 같다는 게 결론이다. 뇌는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을 구분하지 못한다.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생각하려면 혈액 소모량만 많아질 뿐이다. 그래서 좋은 생각만 하는 사람, 즉 법 없이도 살 사람도 아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그 뿌리는 불안함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모든 감정은 수용하면 사라져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쁜 생각을 좋은 생각으로 바꾸려고 헛심을 쓴다. 불안함을 직면하지 못하고 불안함을 회피하거나, 억압하거나, 불안감에 휩싸여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불안함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등과 같은 개인만의 각종 방어기제로 도망가려 애쓴다. 또는 불안함을 없애달라고 전지전능한 신에게 기도하고 매달린다. 그러나 불안함은 인간이 만들었기에 인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뿐 신은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또는 불안함을 억압하고 내면 깊숙이 숨기는 데 ‘도사’가 돼간다. 불안함을 깊숙이 숨기는 게 습관이 되다 보면 불안함이 자신 안에 있는지도 모른 채 살다가 어느 날 불쑥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렇듯 현대인들은 자신의 불안함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불안의 노예가 된다. 그러면 당연히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나 불안함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안함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다스리지 못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 불안함이 찾아오거든 불안함을 불안하게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자. 모든 감정은 수용하면 사라진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없는 것이다. 불안함이 사라지면 생각은 저절로 사라지고, 자신 안의 사랑과 접속하게 되며 자신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힘을 회복하게 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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