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펼쳐진 강원 문화유산의 파노라마

김여진 2024. 1. 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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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춘천박물관 제작 영상작품
6월까지 필리핀 한국문화원서
총석정·의궤 등 소재 영상 4편
양국 수교 75주년 기념 첫 행사
한국 문화재 전무한 특성 고려
몰입도 높인 실감 콘텐츠 호평
▲ 국립춘천박물관이 총석정절경도를 소재로 만든 ‘신의 기둥, 총석정’

강원의 문화유산과 관동팔경 풍경이 한국을 대표해 필리핀으로 간다. 국립춘천박물관이 강원의 문화유산 등을 기반으로 제작한 디지털 실감영상이 필리핀 마닐라 현지에 펼쳐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9일 필리핀 마닐라의 주필리핀 한국문화원에서 ‘상상의 풍경, 디지털로 만나는 한국 미술’(Endless Landscape: Digitally Reimagined Korean Art) 전시를 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춘천박물관이 제작한 영상을 각 2편 씩 골라 모두4편으로 구성, 우리 문화유산을 주제로 만든 영상을 디지털 화면으로 풀어낸 기획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첫 행사로 6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유물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신기술 융합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기획전시 ‘안녕, 모란’을 계기로 만든  ‘모란 꽃이 피오니’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전통 회화 작품을 재해석해 만든 디지털 실감 영상 ‘강산무진도’, ‘왕의 행차’, ‘총석정’, ‘모란’이 소개된다. 외국에서 실물로 보기 힘든 전통 유물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나는 새로운 방식의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강한 몰입감을 주는 파노라마 영상을 통해 한국 고유의 풍경과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필리핀에 한국실이나 한국문화재를 보유한 박물관이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 유물 중심의 전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현지 사정에 맞춰 이같은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필리핀에서 선보이는 첫 성과이기도 하다. 필리핀 예술가 초청 정기 하우스 콘서트를 매달 여는 등 전시 연계 공연도 지속 개최, 전시 활용과 체험도 다채롭게 준비할 예정이다.

먼저 강원 동해안과 관동팔경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신의 기둥, 총석정’이 필리핀 관객들을 만난다. 대한제국 2대 황제 순종이 자신의 집무공간인 창덕궁 희정당에 두기 위해 서화가 김규진에게 그리도록 한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를 소재로 했다. 강원 통천 동해안을 따라 늘어선 육각형 바위기둥의 장관이 실감나는 영상으로 제작됐다. 국립춘천박물관의 주요 브랜드인 ‘이상향으로의 초대- 금강산과 관동팔경’에 맞춰 만든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인문의 작품을 영상화 한 ‘강산에 펼친 풍요로운 세상, 강산무진’

‘꽃 중의 왕’으로 불린 모란도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모란 꽃이 피오니’는 조선시대 궁궐 내부에 있었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모란도’ 2폭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박물관이 2022년 개관 20주년을 맞아 진행했던 특별전 ‘안녕, 모란’과 함께 만들어진 콘텐츠다. 풍성한 꽃잎하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꽃 중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은 감상의 대상이자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은 왕실의 건축물과 의례와 건축을 장엄하는 중요 소재였다. 특별전 이후 국립춘천박물관 곳곳을 붉고 하얗게 수놓고 있는 모란 꽃밭의 필리핀에도 피어나는 셈이다.

조선 주요 왕실의 공식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의궤’도 영상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로 필리핀으로 갔다. 200여 년 전 화려하게 진행한 왕실의 의례와 축제 모습을 파노라마 영상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정조가 1795년 화성으로 행차하던 날 등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성대한 행렬의 모습을 남긴 기록과 회화에 기초해 춤과 음악이 함께하는 잔치 풍경, 군사 훈련 등을 볼 수 있다.

▲ 조선왕조실록 의궤 등을 참고해 제작한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 영상 모습.출처=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의 궁중 화원 이인문이 남긴 대규모 걸작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를 화려한 색채와 소리, 빛으로 구현한 ‘강산에 펼친 풍요로운 세상, 강산무진도’도 눈길을 끈다. 8.5m 이상의 긴 두루마리에 그린 작품이라 전체를 한꺼번에 감상하기 쉽지 않지만, 해당 영상에서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한눈에 펼쳐낸다.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상해 그린 작품으로 조선 후기 사람들이 생각한 이상향이 구현돼 있다. 나귀와 배 등으로 물건을 옮기는 사람들이 정겹고 계절감이 살아있는 색채와 웅장한 절벽 모습도 시선을 잡는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 문화를 다채롭게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이상화 주필리핀한국대사는 “양국이 문화적으로 교류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주요 박물관·미술관의 한국실과 한국문화를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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