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2년 넘게 '계열사 다이어트'…비핵심 사업 정리 성공할까

최문정 2024. 1.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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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테크인, '케이이피' 흡수합병·오닉스케이 법인 청산
지난해 카카오 계열사 숫자 138개로 집계

전방 쇄신에 나선 카카오가 계열사 지배구조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최문정 기자] 그룹 전방 쇄신을 약속한 카카오가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계열사 130개가 훌쩍 넘는 계열사 숫자로 인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를 손본다는 구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계열회사 정리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IT 개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은 전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 '케이이피'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 기일은 오는 3월 1일이다.

케이이피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비즈서비스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신생 회사로 지난 2일 출범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 브랜드 '카카오 i' △AI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 '카카오 i 커넥트' △업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카카오워크' 등이 있다.

디케이테크인은 이번 합병으로 유입되는 우수 개발인력과 기술력량, 고객사 등을 기존의 사업부와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친동생 김화영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부동산 관리업체 '오닉스케이' 역시 지난 5일 청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오닉스케이의 자회사 '뉴런잉글리시' 역시 해산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해에는 '골목상권 침해' 지적을 받았던 완구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영유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 계열사 '키즈노트'는 지난해 11월 '에이윈즈'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키즈노트 역시 카카오가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됐다.

에이윈즈는 국내 완구 전자상거래와 도소매 유통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키즈노트 지분을 48.37% 들고 있고, 키즈노트가 에이윈즈 지분을 87.95%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회사 숫자는 138개로 집계됐다. /이동률 기자

카카오는 그동안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계열회사 숫자가 130여 개를 넘기며 '문어발식 확장' 논란에 휘말렸다.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창업자는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며 "만약에 (골목상권 침해 사실이)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는 이후 2022년 4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말까지 계열사 숫자가 30~40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 계열사 숫자가 138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100개 전후의 계열사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당 선언 2년 차를 맞는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답보 상태다. 2022년 연말 127개로 줄었던 계열회사 숫자는 지난해 6월 146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연말 기준 138개로 줄었다.

카카오는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과 산하 계열사 인수로 인해 발생했다"며 "2023년 5월 SM엔터테인먼트와 산하 계열사 25개가 카카오 소속회사로 편입됐고, 이러한 변동을 제외하면 기존의 카카오는 오히려 계열사가 13개 줄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최근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추진한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투자를 지휘했던 주요 경영진이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김범수 창업자 역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핵심 사업으로 꼽은 △지식재산권(IP)과 IT의 결합을 통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 △AI·헬스케어 중심 미래 성장 동력 △일상의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 등에 포함되지 않는 비핵심 계열사 26곳을 중심으로 정리 작업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전체적으로 계열사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을 방향으로 잡고 있다"며 "계열사 간의 통합과 흡수합병, 청산 등의 수단을 활용해서 숫자를 줄여나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의 사업 상 시너지와 방향성 등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의 계열사 정리 작업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는 만큼,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미용실 예약 플랫폼 카카오헤어샵은 김범수 창업자가 2021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직접 사업 철수를 약속했지만, 투자자들과 주주간 계약에 따라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헤어샵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운영사 와이어트의 지분 24.19%를 보유하는 형태로 운영됐지만, 카카오가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자 와이어트 투자자들이 이에 반발해 매각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6월 풋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하며 와이어트 투자자 지분을 약 5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는 카카오 측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을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의 지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 추진 이유로는 메신저 기업인 카카오가 택시, 대리, 주차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데 외부의 공격이 많은 상황임이 꼽혔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즉시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마주쳤다. 당시 매각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이 급증해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조합원이 될 정도였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M&A를 통해 가파른 외연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며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규모를 키운 카카오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실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140여 개에 달하는 카카오 계열사의 상당수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콘텐츠 제작사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만큼 극적인 숫자 감소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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