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폭격서 살아남은 그녀, 호주 오픈 4강 길 열었다
남자 단식 메드베데프·즈베레프 4강행
지난해 윔블던 챔피언 알카라스 탈락
호주 멜버른에서 24일 열린 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 여자 단식 8강전. 우크라이나 출신 다야나 야스트렘스카(24·세계 93위)는 경기를 승리로 끝낸 뒤 관례대로 중계 카메라 렌즈에 승리 소감을 적었다.
보통 대회 출전에 대한 감사나 본인 사인을 하곤 하는데, 그는 달랐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야스트렘스카는 “(국민들은) 존경스러운 분들이다”며 “항상 우크라이나를 위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그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오데사가 고향. ‘흑해의 진주’로 불리며 러시아군 주요 폭격지이기도 한 곳이다.
야스트렘스카는 이날 1시간 18분 만에 세트스코어 2대0(6-3 6-4)으로 린다 노스코바(20·체코·50위)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예선 3경기를 거쳐서 본선에 합류한 그는 이번 대회 최대 ‘돌풍’ 주역이다. 본선 1회전부터 작년 윔블던 챔피언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5·체코·7위)를 격파하는 이변을 쓴 뒤 16강에선 이 대회에서 2회(2012·2013년) 우승한 빅토리야 아자렌카(35·벨라루스·22위)마저 물리쳤다.
야스트렘스카는 이날 호주오픈 여자단식 부문에 두 가지 기록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론 최초로 4강에 올랐고, 1978년 크리스틴 매티슨(73·호주) 이후 46년 만에 예선을 거쳐 4강까지 오른 선수가 됐다.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던 역사를 재현하는 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회 전까지 야스트렘스카가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16강(2019년 윔블던)이었다.
그는 최근 시련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테니스 유망주였지만 2021년 소변 샘플에서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이 나와 투어 출전 정지를 받았다. ‘약물 선수’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까지 가 임시 출장 정지 6개월 만에 무과실 판정을 받아 복귀했다. 이듬해인 2022년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하 벙커에서 숨어 지내던 그는 주니어 테니스 선수인 여동생 이바나와 함께 배를 타고 프랑스로 피란했다. 하늘길과 도로가 폭격 등으로 막혀 마련한 궁여지책이었다. 야스트렘스카는 25일 중국의 정친원(22·15위)을 상대로 결승행을 다툰다.
남자 단식에선 다닐 메드베데프(28·러시아·3위)가 3시간 59분 접전 끝에 후베르트 후르카치(27·폴란드·9위)를 3대2(7-6<7-4> 2-6 6-3 5-7 6-4)로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메드베데프는 2021년과 2022년 호주오픈 준우승에 그친 설움을 풀겠다는 각오다.
메드베데프는 알렉산다르 츠베레프(27·독일·6위)와 4강에서 격돌한다. 츠베레프는 세계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를 3대1(6-1 6-3 6-7<2-7> 6-4)로 제치고 202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대회 4강에 올랐다. 2022년 US오픈, 지난해 윔블던을 제패한 신예 알카라스는 이번 대회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아성에 도전할 후보로 지목됐지만 8강 벽을 넘지 못했다. 남자 단식 준결승 대진은 조코비치-얀니크 신네르(4위·이탈리아), 메드베데프-츠베레프로 압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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