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수포자’와 디지털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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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주관하는 국제 비교 연구다.
만 15세 학생(중3∼고1)의 수학, 읽기, 과학 학력을 측정한다.
'PISA 2022'에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수학 1∼2위, 읽기 1∼7위, 과학 2∼5위로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일선 학교 수학 시간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학생과 사교육에만 기댄 상위권 학생으로 나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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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강국으로 불릴 만하지만 성적의 양극화가 문제다. 6등급으로 나눴을 때 우리나라의 상위권(1, 2등급) 비율은 2018년 21.4%에서 22.9%로, 하위권(6등급) 비율은 15.0%에서 16.2%로 늘었다. 하위권 비율은 오히려 2009년 8.1%에서 2배로 올라 역대 최고치다.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다는 얘기다. 한국의 학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수포자’다. 수학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 수포자는 곧 대학 입시 실패와 직결된다. 수학 과목이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목적에서 벗어나 입시의 도구가 된 탓이 크다. ‘초등 의대반’의 수학 선행학습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선 학교 수학 시간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학생과 사교육에만 기댄 상위권 학생으로 나뉜 지 오래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배제한 것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기기 이용시간과 수학 성적의 연관성을 분석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교육백서가 등장했다. 한국 학생들이 노트북,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1시간 늘 때마다 수학 성적이 3점씩 떨어진다는 것이다. OECD 평균 하락 폭(2점)보다 컸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전국 초등 3∼4학년과 중1·고1 과정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려는 정부가 난처해졌다. 지난해 8월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교사 1000명 대상 조사에서 AI 기반 교육 서비스 활용 경험도는 38.1%에 불과했다. 편리함도 좋지만 디지털 기기가 학생의 주체적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을 제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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