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과학자여, 출마하라!
주니어 과학자들 연구발판 엎어
무너진 연구체계 회복 최소 5년
시니어 과학자들 목소리 높여야
10월 초만 되면 가슴 졸이던 시절이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과연 한국 사람 이름이 나올까 봐 가슴을 졸인 게 아니었다. 그런 건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라디오 방송에서 노벨상 해설 방송을 해 달라는 전화를 받을까 봐 걱정했다. 방송에 출연해서 제대로 설명도 못할까 봐 그런 건 아니었다. 현대 위상수학과 관련 있는 2016년 노벨물리학상만 빼면 노벨상 위원회 홈페이지 보도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R&D 예산 6500억 증액’. 한심한 플래카드다. 빨간색 플래카드를 보면서는 몰염치, 파란색 플래카드를 보면서는 무관심이라는 세 글자가 떠올랐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6500억이 늘어난 게 아니라 4조6000억이 사라진 것이다. 그깟 몇 푼 줄었다고 이 난리냐고?
사라진 4조6000억원은 뭘까? 분야별로 따질 게 없다. 결국 일자리다. 그것도 신진 과학자들의 일자리다. 내년, 내후년에는 회복될 거라는 희망도 없다. 앞으로 과학계 예산은 매년 0.7%만 올릴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젠 돈이 없다. 돈이 없으면 사람도 없어진다. 시니어 과학자들은 한순간 울분을 토하면 그만이지만 주니어 과학자들은 놀든지 다른 일을 찾든지 딴 나라로 가야 한다.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한 여성 과학자가 말했다. “알아서 잘해 주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회피한 결과로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라는 철퇴를 맞은 것입니다.” 안일하게 굴다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문제는 맞은 다음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에 커다란 건물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 단체 건물에 플래카드 붙었다는 말 못 들었다. 학교 이름이 ST로 끝나는 대학 총장 가운데 그 누가 항의했다는 소리 못 들었다. 심지어 국책연구소의 시니어 과학자들도 ‘입꾹’이다.
현 정치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 난망이다. 당장 일자리를 잃을 주니어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책임도 없고 문제를 해결할 틈도 없다. 시니어 과학자들이 책임질 문제다. 어떻게? 출마하시라! 은퇴한 과학자들이 나서면 안 될까? 정치는 노후생활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어떻게 하고? 때려치우시라! 과학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데, 후배들은 연구할 기회도 없는데 무슨 한가한 연구 타령인가.
과학자로서 최전성기에 있는 과학자들이 나서야 한다. 연구 인생을 걸고 나서야 한다. 후배들에 대한 부끄러움, 정치권에 대한 분노, 자신에 대한 처절한 반성으로 가슴이 끓는 과학자들이 정치권에 나서야 한다. 국회에 가서 다 때려 부수라는 것 아니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법을 만들라. 과학 혁신 법안을 만들어서 최소 재정의 5%를 연구개발비로 책정하게 하라. 5%라고 해 봐야 2024년 예산과 견주면 33조원이다. 예전보다 더 달라는 것 아니다. 딱 그만큼만 하라는 것이다.
한 나라의 과학 수준은 주니어 과학자들이 결정한다. 이젠 어처구니없게도 노벨상을 꿈꾸는 게 아니라 다시 시스템을 회복해야 할 상황이다. 한번 무너진 연구 시스템이 회복되려면 최소 5년은 걸린다. 새 출발이다. 과학자를 국회에 보내는 것으로 첫걸음을 내딛자. 실패하면? 과학자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 실패는 과학자의 일상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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