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장원준은 마지막을 고했지만… 이용규는 마지막 대업을 향해 간다

김태우 기자 2024. 1. 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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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도 연봉 2억 원에 재계약한 이용규 ⓒ곽혜미 기자
▲ 이용규는 키움 선수단에서 여전히 필요한 전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04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는 향후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여러 스타 선수들을 배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터뜨린 선수만 여럿이고, 일부는 30대 중반 이후의 나이까지도 팀에서 핵심적인 몫을 수행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당시 1차 지명을 받은 박석민 장원준 김재호는 오랜 기간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강민호는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포수로 성장했고, 정우람은 KBO리그 불펜의 역사를 다시 썼으며, 윤성환은 KBO리그 통산 135승을 남겼다. 이용규(39‧키움)의 이 드래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오랜 기간 KBO리그를 대표하는 리드오프로 이름을 날렸으며 국가대표팀에서도 강렬한 기억을 더러 만들어냈다.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2004년 신인드래프트의 고졸 신인 선수들은 대개 1985년생으로, 이제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다. 상당수 선수들이 은퇴했고 현역으로 남은 선수는 몇 없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도 박석민과 장원준이 차례로 은퇴를 선언했고, 정우람은 플레잉코치로 변신하며 그 세력이 더 줄어들었다. 몇 남지 않은 선수 중 하나인 이용규도 최근 부침이 있었다. 지난해는 부상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길었고, 뛰었을 때의 성적도 예전만 못했다.

2004년 LG의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발을 내민 이용규는 2005년 KIA로 이적한 뒤 빠르게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3할을 칠 수 있는 정교한 콘택트, 통산 삼진 개수보다 볼넷 개수가 더 많을 정도의 끈질긴 타격과 출루율, 그리고 통산 394개를 기록한 도루 등 주루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히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4년 시즌을 앞두고는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성공적으로 행사하며 한화로 이적했다.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쥐었다.

다만 한화가 2019년 시즌을 앞두고 한 2+1년 계약의 옵션 1년을 포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새 팀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계속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왔던 선수로서는 찬바람을 실감한 셈이다. 결국 키움과 연봉 1억 원, 인센티브 5000만 원 등 최대 1억5000만 원에 계약하며 재기의 무대를 마련했다.

이용규는 2021년 133경기에서 타율 0.296, 출루율 0.392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연봉도 5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에서 리더로서의 몫을 잘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2년은 86경기에서 타율 0.199에 그쳤고, 2023년에는 전반기 부상의 늪에 빠지는 등 고전한 끝에 5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50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234, 출루율은 0.318이었다. 이용규답지 않은 성적이었다.

▲ 이용규는 2000경기-2000안타-400도루 동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곽혜미 기자

그 결과 연봉도 지난해 3억 원에서 올해 2억 원으로 1억 원이 삭감됐다. 하지만 이런 하락세, 그리고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키움이 이용규를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한 것은 그만한 값어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전성기만한 기량은 아니지만 콘택트에서의 반등은 기대할 만하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될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그간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불이익을 종종 받은 대표적인 선수로 뽑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젊은 팀이 김하성 이정후의 순차적인 메이저리그 진출로 더 젊어졌고, 그 구심점을 해줄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키움은 이용규에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바닥을 쳤다 다시 일어선 경험이 있는 선수인 만큼 기대를 걸 만하다. 확고부동한 주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팀이 필요할 때 순간적으로 주도적인 몫을 하는 게 또 베테랑이다. 이미 통산 2000안타 고지를 넘어선 이용규는 통산 2000경기 출전까지도 39경기가 남았다. 도루 7개를 추가하면 400도루다. KBO리그 역사에서 2000경기-2000안타-400도루를 동시 달성한 선수는 전준호(2091경기, 2018안타, 550도루)가 현재는 유일하다. 대기록을 찍고 스스로 원하는 마지막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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