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지휘·에듀케이션 시티·극장골…그때와 똑닮은 ‘벤투 드라마’
한국 카타르 월드컵 16강 ‘닮은꼴’
같은 장소·같은 상황 절묘한 인연
파울루 벤투 감독(사진)이 관중석에 앉아 팀을 원격 지휘하고, 선수들은 경기 막판 골을 넣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다. 이 드라마가 펼쳐진 장소는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이쯤 되면 벤투 감독의 16강 진출 공식이라고 부를 만하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끄는 벤투 감독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을 때와 닮은꼴 드라마를 재현했다.
UAE는 24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1-2로 졌지만, 후반 추가시간 터진 골로 골 득실에 따라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여러모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와 상황이 닮았다. 벤투 감독은 팔레스타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이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시해야만 했다.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도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퇴장당해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관중석에서 원격 지휘한 바 있다.
당시 경기장도 이날과 같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이었다. 벤투 감독을 대신해 현장에서 팀을 지휘한 이도 세르지우 코스타 코치로 똑같다.
조별리그 최종전 경기 막판에 나온 골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것도 카타르 월드컵 때와 비슷하다. 이날 같은 시간 치러진 팔레스타인과 홍콩의 경기에서는 팔레스타인이 후반 15분 세 번째 골을 넣으며 3-0으로 달아났고, 골 득실 동률에 다득점에서 앞서 UAE가 조 3위로 처졌다. 이 상황대로 끝났다면 UAE는 다른 조 3위 팀들과 승점, 골 득실 등을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될 뻔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야히아 알가사니가(샤밥 알아흘리 두바이)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UAE는 골 득실에서 팔레스타인에 앞서 조 2위로 올라서며 16강행을 확정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고, 다득점에서 우루과이에 앞서 16강에 올랐다.
벤투 감독은 1년여 전 그날의 순간을 다시 떠올렸을 법하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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