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하도급 현장 104곳 중 92곳서 ‘대금 미지급·지연’
체불도 늘어 노동자 피해 현실화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개시한 태영건설이 하도급공사를 맺은 건설 현장 92곳에서 대금이 미뤄지거나 지급되지 않는 등 직간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태영건설과 하도급공사를 맺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답변에 응한 104개 현장(71개사) 중 92곳에서 직간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금이 미지급된 곳은 14개 현장, 대금지급 기일이 기존 60일에서 90일로 연기된 곳이 50개 현장이었다. 또 12개 현장은 결제수단이 현금에서 어음 또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로 변경됐고, 2개 현장은 원사업자의 직접지불 방식으로 전환됐다. 14개 현장은 어음할인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태영건설이 계약했던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임금 지급을 한 사례가 알려졌다. 워크아웃 신청과 개시 이후에는 어음마저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서 임금 체불이 발생한 현장도 있었다. 서울 용답동, 상봉동, 묵동 청년주택 건설 현장, 대구 동구 아파트 현장 등이다. 대구 현장에서 일하는 형틀 노동자는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소속된 전문건설회사에 태영이 줘야 하는 대금이 밀리면서 15일 지급되어야 하는 골조 공정 임금이 나오지 않았다”며 “생활비가 부족해 300만원을 급하게 대출했는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건정연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건설기업의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가 또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부실 기업(종합건설업체)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협력업체(전문건설업체) 피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건정연은 “태영 외에도 유사한 종합건설업체 부도에 따른 추가 피해 사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성진 건정연 연구위원은 “하도급업체는 건설 자재·장비업자, 노동자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하도급업체 우선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원·김경민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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