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약물·뺑소니 '압구정 롤스로이스' 운전자에 '징역 20년' 엄벌

지난해 8월 영장실질심사 마친 '압구정 롤스로이스' 약물운전 혐의를 받는 신모씨. 사진=연합뉴스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법원이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모(28)씨에게 검찰 구형과 동일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고 5달여 만이다.

재판부는 마약 투약으로 죄 없는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며 엄벌의 이유를 강조했다.

특히 "피고인은 케타민 약물 영향으로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를 무시했다"며 "범행 직후엔 증거인멸에 급급했고 체포될 때는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를 보며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병원에 도움을 구하러 갔다는 신씨 항변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하지만, 목격자가 여럿 있었음에도 현장을 벗어나는 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119 도착 전 임의로 이탈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피해자는 3달 이상 의식불명으로 버티다 사망했고, 피해자 가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마약 투약으로 무고한 사람이 피해받을 수 있다는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검찰 구형대로 판결해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신씨와 합의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신씨에게 마약류를 처방·투약해 준 혐의로 성형외과 의사도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김연실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이날 의사 염모씨를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의료법 위반,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염 씨는 지난 2022-2023년까지 수면마취 상태인 여성 10명을 대상으로 불법촬영 하고 일부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해 여성(당시 27세)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뇌사에 빠진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25일 끝내 사망했다. 이에 신씨의 혐의는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됐다.

신씨는 범행 당일 시술을 빙자해 인근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하고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사용 전력도 과거 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