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돌풍’ 태국 야당 기수 피타, 벼랑 끝 회생

김서영 기자 2024. 1. 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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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미디어 주식 보유한 채 공직 출마’ 헌법 위반 혐의 기각
지지자들 예상 밖 판결에 환호성 “빨리 하원 복귀, 총리 되길”
태국 전역이 지켜봤다…엄청난 취재 열기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 고문이 24일 수도 방콕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가 미디어 기업 주식을 보유한 채 지난해 총선에 출마해 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기각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AFP연합뉴스

정치적 수세에 몰렸던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MFP) 고문이 벼랑 끝에서 돌아왔다. 태국 헌법재판소가 피타 고문의 미디어 주식 보유 혐의를 기각함에 따라 하원으로 복귀해 다시 전진당을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

태국 헌재는 24일 오후(현지시간) “iTV는 2007년 이후 미디어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더 이상 미디어 업체로 볼 수 없다”면서 “헌법재판관 9인 중 8인이 이같이 판단함에 따라 그가 미디어 주식을 보유한 채 공직에 출마해 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결과를 전망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예상을 뒤엎고 피타 고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5월 피타 고문이 이끌던 전진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자, 그가 하원의원 출마 등록을 할 당시 iTV 주식 4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헌재에 소를 제기했다. 태국 헌법 제98조와 101조는 신문 등 미디어 업체의 주인 혹은 주주는 하원의원직에 출마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하원의원직을 박탈당한다고 규정한다. 피타 고문은 선관위의 제소에 따라 이미 지난해 7월부터 하원의원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전진당이 제1당이 됐음에도 피타 고문이 총리직에 오르는 데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피타 고문은 부친에게 상속받은 iTV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iTV가 2007년 이후 더 이상 미디어 업체로서 기능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미디어 주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 역시 이날 iTV가 미디어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파수도 없다면서,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헌재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판결을 기다리던 피타 고문의 지지자들은 결과가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피타 고문의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쓴 반싸콘(59)은 기자와 만나 “피타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결과”라면서 “피타가 다시 하원으로 돌아가 총리가 되길 바란다. 보수층은 피타와 같은 젊은 세대, 새 정치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피타 고문은 판결 이후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가능한 한 빨리 하원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로 피타 고문은 정치적으로 또 한번 반등할 기회를 갖게 됐다. 피타 고문은 지난해 총리 도전도 가로막히고 의원직도 정지당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나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꼽히면서 여전히 막강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만 전진당은 오는 31일 왕실모독죄(형법 제112조) 혐의로 열리는 헌재의 재판이 예정돼 있어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콕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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