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부당해고 항의’ 분신 사망 111일째…상복 못 벗은 딸 “설엔 장례 치르게 해달라”
택시기사였던 아버지가 사망한 지 111일이 지났지만 딸 방희원씨(31)는 아직 검은 상복을 벗지 못했다. 택시회사 해성운수의 부당해고와 임금체납에 항의하며 분신한 아버지의 염원이었던 사측에 대한 처벌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딸과 고인의 동료들은 “다가오는 설 명절 전에는 방씨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가해자의 사죄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완전월급제 시행 등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방영환씨의 딸 방희원씨와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비롯한 141개 시민사회단체는 2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성운수와 그 모회사 동훈그룹 일가를 조속히 처벌하라”고 했다.
방희원씨는 “해성운수 대표 측 변호인은 첫 재판에서 보석을 신청하며 ‘아버지의 죽음에 전혀 책임이 없고 미성년 자녀를 뒀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럼 저희 아버지는 왜 매일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대표의 처벌을 그토록 원했겠느냐. 자녀를 둔 가장이라면 저희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사측은 민주노총과 법원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히 해성운수 대표의 탄압과 부당노동행위를 견디지 못해서 돌아가신 것”이라고 했다.
김세균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고문은 “방영환 열사의 요구는 법을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이미 정해진 법대로 전액관리제와 택시 완전월급제를 시행하라는 것이었는데 회사의 온갖 압박과 이를 방조한 정부기관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했다.
공대위는 “동훈그룹 일가는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회사 대표 구속 이후 교섭은 시간끌기로 일관했다”며 “열사를 더 이상 차가운 냉동고에 모셔둘 수 없고 설 전에라도 장례를 치러야 한다. 동훈그룹 일가는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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