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트럼프 2.0’… 외교 원톱 오브라이언-통상엔 라이트하이저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순조로운 재집권을 위해 보수 진영 전체에서 수개월째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리티지재단,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등 보수 성향 싱크탱크들이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요직에 기용할 만한 인사 수천 명의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달라진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주요 후보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외교안보 라인, 충성파로 채울 듯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전임자 존 볼턴 전 보좌관과 달리 그는 시종일관 온화한 태도로 신임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로이터통신에 “당시 백악관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이 중요시하는 정책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며 자신의 충성심을 강조했다.
국방장관으로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거론된다. 그 역시 2020년 11월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전격 경질된 뒤 발탁됐다. 그는 정권 말 불과 두 달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감축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소극적인 대처로 폭력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처사에 흡족해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행정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밀러 전 대행이 정권 말기에 아주 잘해줬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AFPI 부의장도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AFPI는 ‘트럼프의 싱크탱크’로도 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떤 자리에서도 역대 최고 활동을 한다”는 극찬을 받았던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 또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1기 경제참모 재입성 가능성
통상 분야에서는 대중 무역전쟁을 주도한 인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좌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무역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중 강경파’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정책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람은 ‘미국이 피해를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을 통상 정책으로 풀어낼 방법을 잘 안다”고 평했다.
특히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현재 통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전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특히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를 꼽는다. 그를 비롯해 브룩 롤린스 대표,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AFPI에서 활약하는 인사들은 트럼프 2기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보복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커들로 전 위원장, 케빈 해싯 전 백악관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커들로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경제 고문들을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불러 ‘보편적 기초 관세’ 공약을 의논할 때 배석했다.
AFPI와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 싱크탱크들은 신규 인재를 계속해서 영입하는 데에 연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YT는 “보수주의자들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량 미달인 기회주의자 등에게 둘러싸여 재선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고 평했다.
● 사위 쿠슈너 재기용설… 멜라니아 두문불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2기 행정부나 대선 캠페인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해도 두 사람이 행정부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했던 유대계 맏사위 쿠슈너가 중동 관련 임무를 다시 맡거나 국무장관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한 직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동은 미국에 경제적,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잘못된 리더십으로 미국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의 재선 도전 선언 직후 “선거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공개석상에서 나타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그가 극우 성향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를 남편의 부통령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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