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무전공 20~25% 선발해야 지원’ 방침 철회
24일 교육부는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혁신지원 사업안을 보고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무전공 선발 목표를 (입학 정원의) 25%로 추진하되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도 재정 지원을 하겠다”며 “물러선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대학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융합 인재 양성’과 ‘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무전공 선발 도입을 추진했다. 이달 초에는 수도권 사립대는 20%, 거점 국립대는 25%를 내년도부터 무전공 선발해야 4426억 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를 두고 대학 사이에선 “교수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기 전공에 학생이 쏠리면서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대학들 “무전공 확대 졸속추진” 반발에… 교육부, 3주만에 “수정”
교육부가 24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무전공 선발’ 인센티브 지원 기준을 바꾼 걸 두고 대학 사이에선 “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이 졸속 추진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가 전공 쏠림에 대비한 교수 충원 방안, 비인기 학과 소외 관련 대책, 전공 선택 방식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재정지원을 내세우며 대학들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 인센티브 문턱 없애고 폭 넓게 지원
현재 대학 대부분은 신입생을 뽑을 때 학부나 학과 단위로 선발한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대학 입학 정원이 1000명이면 300명은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학문 간 전공 간 벽을 허물고, 신입생이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공부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교육부는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 선발하고 이 중 완전 무전공이 5% 이상이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2026학년도 선발 인원은 완전 무전공 10%를 포함해 2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무전공 선발 비율을 2025학년도 25%, 2026학년도 30%로 사립대보다 5%포인트 더 높였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대학혁신지원 사업비를 나눠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 부총리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혁신적 모델이 나올 수 있고, 일부 대학은 전공 자율선택제는 도입이 어렵지만 다른 차원의 혁신도 인정해 달라고 해서 다양하고 유연하게 수용하려 한다”며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교육부는 대신 대학혁신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과 확대 노력을 반영해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가산점 기준 등은 25일 발표할 계획이다.
●대학들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혼란
대학들은 3주 만에 바뀐 방침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비인기학과 교수들의 극심한 반발을 겨우 무마하고 각 과 정원을 줄여 무전공 선발 기준 20%를 맞췄는데 갑자기 교육부가 기준을 없애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가산점을 준다니 여전히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여야 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비인기학과들이 정원을 다시 돌려달라고 난리칠까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반면 다른 대학의 기획처장은 “무전공 선발 정원을 20% 이상으로 늘릴 방법이 없어서 인센티브를 사실상 포기했는데 조금만 무전공 선발해도 지원금을 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친 유보통합 시범기관 30곳을 올 상반기(1~6월) 중 열겠다고 밝혔다. 유치원의 교육 기능과 어린이집의 돌봄 기능을 통합하는 것으로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초등학교에서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1학기 2000여 곳에서 운영하고 2학기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상 학년은 올해 1학년에서 내년 2학년까지로 확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후 이 부총리에게 “올해부터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이 본격 추진되는데 정책수요자인 학부모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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