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만 보고싶다, ‘도그데이즈’[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1. 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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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 담기엔 평범 그 이하의 그릇
기대하지 말걸 그랬어...
‘도그데이즈’ 스틸. 사진 I CJ ENM
쟁쟁한 무리 속에서도 단연 빛난다. 헐거운 만듦새에도 중도 포기하기엔 미련이 남으니, 웃음·감동·여운까지 홀로 다 잡은, 배우 윤여정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와 댕댕이들의) 출연분만 모아 보고 싶은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다.

까칠한 건물주이자 회사원 ‘민상’(유해진)의 건물 1층에는 ‘진영’(김서형)의 동물 병원이 세들어 있다. 민상은 영끌까지 모아 산 건물을 매일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김서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녀와 매일 티격태격 한다. 그러던 중 이 동물 병원에 다니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윤여정)를 보게 되고,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그녀의 도움이 절실해지자 애견인 모드로 급 태세 전환한다.

협심증을 앓고 있는 ‘민서’는 길에서 갑자기 쓰러지면서 반려견 ‘완다’를 잃어 버린다. ‘완다’가 동네를 해매다 닿은 곳은 얼마 전 딸을 입양한 ‘선용’(정성화) ‘정아’(김윤진) 부부의 집.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와 함께 완다를 찾아 다니며 우정을 쌓는다.

한편, ‘선용’의 후배인 밴드 리더 ‘현’(이현우)은 자리를 비운 여친의 반려견 ‘스팅’을 돌보던 중 여친의 X인 ‘다니엘’(다니엘 헤니)과 만나게 된다. 여러 인물들이 ‘반려견’이라는 공통 분모로 옴니버스 형태로 묶여 정석대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도그데이즈’ 스틸. 사진 I CJ ENM
영화는 노골적으로 웃음, 감동, 눈물의 포인트를 짚어 준다. 반려 동물이 있다면 어떤 ‘장면’에서든 한 번은 걸려들 수밖에 없다. 강아지들은 등장 만으로도 그저 사랑스럽고. 불편한 장면이나, 선넘는 빌런, 과격한 설정도 없다. 동시에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걸맞는 현실적인 고민의 흔적이나 장르적 참신함, 혹은 이야기의 세밀함, 깊은 정성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무난 그 이하의 겉핥기요, 감성팔이 수준이다.

기대가 너무 컸다. 낱개의 장면들로 보면 무난하지만(더러 감정이 동하는 구간도 있지만) 전체의 완성도를 보면 함량미달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감안해도 인성이 덜 된 민상의 현재 행동과 작위적 성장(그나마 유해진이라 거부감 없이 봤다), 따로 연극 연기를 하는듯한 (따뜻함을 넘어선) 선용 정아 부부의 투머치 연기와 오글거리는 분위기, 진짜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민서의 마지막 선택, 공감이 전혀 가질 않는 현과 다니엘의 우울증 에피소드까지. 평면적 캐릭터들의 과장된 에피소드들을 단지 ‘반려견’을 매개로 억지로 끼워맞추고 이를 쉽고 아름답게만 끌고가려니 갈수록 어설프고 산만하며 급기야 무성의하게 느껴진다.

‘도그데이즈’ 스틸. 사진 I CJ ENM
그럼에도 윤여정의 연기는 내내 빛난다. 단조로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작품의 아쉬운 구멍도 상당 부분 채워넣는다. 사회적 성공 이면의 외로운 삶, 그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에 대한 마음과 새로운 MZ 친구와의 우정, 유해진에게 날리는 프로페셔널한 일침까지.

그녀가 내뱉는 모든 대사는 살아 숨 쉬고, 눈빛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먹먹하다. “넌 나이들지 마라, 이미 꼰대잖아” “그냥 봄이어도 좋은데, 새파란 봄이잖니.” “난 젊어봤잖니” 등 평범한 대사들도 가슴에 콱 박히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을 지녔다. 역시 월클이다.

독기를 지우고 천사 수의사로 얼굴을 갈아끼운 김서형 또한 매력적이다. 유해진과의 뻔한 멜로를 지루하지 않게 미소 짓고 즐길 수 있는건 바로 그녀의 반가운 변신 덕분이다. ‘만능’ 유해진보다도 돋보이는 존재감이요, 기대 이상의 흡입력이다. 이번만큼은 유해진의 존재감은, 연기는 그저 무난하다. 새로울 것도, 실망할 것도 없이 그냥 딱 예상한 만큼.

영화는 모든 면에서 가볍고 단순하다. (그러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조차.) 윤여정 유해진 김서형 등 믿보배 출연진에 걸맞지 않는 게으른 연출이요, 기본이 탄탄하지 못한 부실 공사다. 댕댕이들의 사랑스러운 비주얼만큼 예쁜 정성도 느껴지질 않으니 감동도 기대만 못하다. 가족 영화로서 무난하게 흥행할 수 있는 올드한 옛 정석에만 충실한, 개성도 특별함도 없는 그저 그런 철지난 휴먼 드라마다. 그나마 호감 스타들과 강아지들 덕분에 많은 허점들을 가린, 겉만 그럴듯한 댕댕이 휴먼 영화다. 추신, 근본을 채워야 마음이 움직인다면서요. (영화 내용 中)

오는 2월 7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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