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의 벽’에 제대로 막힌 ‘헤일리 바람’
경선 레이스 완주 의지 피력
지지자들 “반전 기대” 응원
‘헤일리 바람’은 이대로 잦아들고 마는 것일까.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면서 공화당 내 반트럼프 진영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측의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굳어진 ‘트럼프 대세론’ 앞에서 전망은 밝지 않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 승리가 확정된 후 열린 축하파티 연설에서 “(헤일리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론은 2위를 하고도 떠났는데, 헤일리는 3위를 하고도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헤일리 전 대사를 가리켜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는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승리 연설의 통상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경쟁자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트럼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며 조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난 투사(fighter)”라면서 “오늘 우리는 절반에 가까운 표를 얻었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운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다른 후보들보다 열심히 임했고 유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서 “계속 트럼프에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출마를 선언한 헤일리 전 대사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인도계 혈통을 겨냥해 ‘님브라’라는 옛 이름으로 지칭하거나, 여성의 지적 능력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멸칭인 ‘새대가리’라고 부르는 등 원색적인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극우적 행보에 염증을 느낀 중도 성향 유권자를 흡수하며 ‘트럼프 대항마’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결국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2010년 그를 주지사로 만들어줬던 지지층은 이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을 자신의 당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햄프셔주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였던 맷 모워스는 “헤일리가 ‘비트럼프’ 표심을 굳히기는 했지만, 중도층과 온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만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 경선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존재가 중요하다면서, 그의 완주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인 엘리 케이블(26)은 “그가 완주한다는 소식이 너무 반갑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며 반전을 기대했다. 7시간 동안 투표장 밖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던 클라이머(63)는 “결과적으로는 패했지만 헤일리의 득표율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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