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중 30%가 앓고 있다... 알레르기 관리 7계명

김철중 기자 2024. 1. 2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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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후추’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 최모씨는 어느 날부터인가 콧물, 코막힘에 시달렸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집에만 오면 재채기가 나왔다. 이상하다 싶어 대학병원 알레르기 내과를 찾은 결과, 고양이에서 나오는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됐다. 최씨는 반려묘 후추를 내칠 수가 없기에, 자신의 몸이 고양이 알레르기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면역 치료를 받고 있다.

◇반려동물 알레르기 환자 증가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가구는 604만으로, 동물과 같이 지내는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구 3분의 1 수준이다. 반려견은 586만, 반려묘 211만으로 추산된다. 반려동물이 급속히 늘면서 동물 알레르기를 보이는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알레르기란 보통은 해가 없는 물질에 대해 면역 체계가 몸에 침입한 유해한 물질로 여기면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통상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15~30%에서 알레르기가 나타난다. 특히 고양이 알레르겐(유발 물질)은 알레르기 증상을 개보다 2배 이상 일으킨다. 고양이를 직접 키우지 않아도,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 놀러 갔다가 옷에 묻혀 온 알레르겐에 의해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고양이를 키웠던 집으로 이사를 가도, 몇 달 동안 알레르기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반려동물 근처에 가거나 만지고 나서 눈 가려움증, 콧물, 재채기, 코막힘, 기침, 가슴 답답함, 두드러기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진다면 동물 알레르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진단은 동물의 주요 알레르겐을 피부에 투입하는 피부반응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알레르겐과 반응하는 면역항체 E(IgE) 양을 측정할 수도 있다.

그래픽=양진경

◇알레르기 반응 줄이는 저감요법

개와 고양이에서 유래하는 알레르겐은 털 자체가 아니라 피부에서 떨어지는 비듬, 대변, 소변과 침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이다. 동물의 털을 깎는다고 알레르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일단 알레르겐 양과 접촉을 줄여야 한다. 동물을 매주 목욕시키고, 침실에서 재우지 않는 게 좋다. 침구는 한 달에 두 번 이상 세탁하고, 헤파필터를 장착한 공기정화기를 설치하면 알레르겐을 줄일 수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집 안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 항히스타민제로 알레르기 증세를 줄일 수 있다.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꾸어 알레르기 반응을 없애는 면역 치료도 시도된다. 알레르겐 성분이 담긴 약물을 피부 밑에 정기적으로 주사하여 몸이 알레르겐에 익숙해지게 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낮은 농도의 알레르겐을 소량씩 투여하고 점차 양을 늘려 나가며, 나중에는 일정량을 한 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투여한다.

최정희(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면역그룹 위원장은 “사람마다 동물 알레르겐에 반응하는 정도, 노출 농도, 기간, 증상이 달라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며 “IgE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고 일상생활에서 반려동물로 인한 특정 알레르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라면 면역 치료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상민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요즘에는 동물과 잘 지내려고 사람이 면역 치료를 받는 경우가 부쩍 늘었는데, 3~5년 해야 효과를 보는데, 먼저 1년 정도를 하여 반응을 보고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며 “고양이의 경우 환자의 50% 정도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사라지는 성공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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