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까치발 아이

기자 2024. 1.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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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때를 가리켜 요쪽에선 ‘참’이라고 쓴다. 이번에 뭘 하겠다 할 때 ‘이참에 할라요’, 저번은 ‘쩌참에~’. 시장통에서 감자를 고를 때, “쩌참에 거슨 알이 굵고 실하듬마 이참엔 쥐방울만 해부요. 어따가 꼼쳐(숨겨)부렀소?” 따질 때도 ‘아참 쩌참’ 갖다가 붙인다. 밥이나 술을 먹을 때 ‘새참, 밤참, 술참’ 하는데, 여기서 참도 때를 가리킨다. 새벽은 새복참, 아침은 아적참, 초저녁은 해거름참. 참이 찰지게 달라붙어 입말을 구성지게 만든다.

눈을 뜬 새복참, 좁쌀눈 콩눈이라 불리는 진눈깨비가 살짝이 흩뿌리덩만 아적참엔 바람소리가 뿌락지(황소) 울 듯이 사납게 울고 폭설이 산촌을 덮었다. 이런 날씨에 한 제자가 큰스님에게 아뢰길, “눈이 오니 아랫마을에 다녀올랍니다”. “날도 궂은데 기도나 하지 무슨 소리냐.” “공양간에 먹을 게 하나도 없는뎁쇼.” 눈이 동그래진 큰스님, “그럼 나도 같이 갈란다. 너 혼자 잘 먹고 올라 그랬냐?” 심심한, 절집 전래유머. 눈길에 갇혀 배까지 고프면 많이 서럽지.

시방도 눈 내리면 까치발을 하고 서서 창문 밖을 내다보는가. 여기선 ‘꼿꼿하게 선다’ 하여 ‘꼿발’이라고도 하는데, 뒤꿈치를 들고 까치처럼 쭉쭉. 궁금할 때 아이들은 ‘까치발, 꼿발’로 선다. 기자들 앞에서 멋져 보이고 싶어, 장황한 언변으로 세운 까치발과 다르다. 뻬딱구두 키높이 신발로도 부족해 습관적으로 키우는 까치발의 욕망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까치발로 기다리던 아이. “아무개야 노올자!” 찾아온 또래랑 눈썰매 지치고 돌아오면 빨래가 한 바구니. 얼음을 깬 빨래터에 볼이 튼 엄마들, 아낙네들의 방망이질 소리가 광광거렸다. ‘놀던 참’ 뛰놀던 아이 때가 너무도 짧았다. 또 누가 있어 까치발로 나와 너를 기다려줄까.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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