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 LOVE WINS ALL
우리집 나비는 무릎과 고관절의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오른 다리는 성장이 끝나기를 기다려 서둘러 수술하였는데, 왼 다리는 다음달에 하지, 병원이 바쁘니 일정 보며 하지, 잘 걸으니 좀 더 지켜볼까, 해가며 3년을 미루고 미루다 지난 크리스마스가 되어서야 수술을 하였습니다. 뼈를 깎고, 조각내, 잘라 붙이는 아픈 수술입니다. 한 해라도 더 어렸을 때 해주었더라면 조금이라도 덜 아팠을까 미안한 마음입니다. 진통제를 주었더니 조심해야 할 다리로 펄쩍펄쩍 뛰어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약을 줄였습니다. 많이 아픈지 다리를 숨기고, 하루 온종일 잠만 잡니다.
동물들은 통증의 원인을 스스로 인지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통증을 호소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때 나타나는 것이 과도한 수면입니다. 아픈 것을 잊기 위해 잠들어버리는 것이지요. 이유도 없이 갑자기 잠이 너무 늘었다는 이유로 동물병원에 내원한 개와 고양이의 경우, 치통이 그 원인인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답답하고 억울할 일입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박노해님의 ‘나 거기 서 있다’의 한 구절입니다. 온 마음이 향하는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인 것이 당연하고, 온 식구의 마음이 향하는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인 것도 당연하다면, 우리 공동체에서도 약하고 여리고, 가장 아픈 곳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새해가 밝았고 가수 아이유의 새 앨범 소식이 있습니다. 워낙 오랜만이라 아저씨 팬인 저도 기대하였는데, 신곡의 제목 ‘LOVE WINS’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본디 “LOVE WINS(사랑이 이긴다)”라는 문구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의 합헌을 결정했을 때, 성소수자들의 슬로건으로 사용되었고, 지금껏 그들을 향한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로 읽히고 있습니다. 이성애를 그린 노래의 제목으로 사용된다면, 그 정신이 희석될 것이라 우려한 이들이 있었고, 성소수자들이 유난을 떤다고 볼멘소리 하는 팬들이 있었습니다. 아이유는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두를 존중하고 응원하고자 한다”는 말과 함께 신곡의 제목을 ‘LOVE WINS ALL’로 변경하였습니다. 다양한 모습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린 그들을 우리 공동체의 중심으로 인정하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훌륭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모습에 차별이 아닌 응원을 보낸 마음 씀씀이는 더욱 훌륭합니다.
동물과 달리, 사람은 아픔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우리의 온 마음이 그를 향해야 마땅하고, 그가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지체 높은 국회의원 나리도 말 한마디 못해보고 사지가 들려 옮겨지는 시절이니, 그 어떤 아픔도 사회의 중심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끙끙 앓으며 잠만 자는 나비를 보는 제 마음은 찢어지지만, 사람과 달리, 동물은 잠이라도 잘 수 있어 다행이 아닌가요. 아픔으로 잠도 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잠자코’ 있기만 강요하는 세상이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아이유 보기 부끄럽습니다.
김재윤 수의사·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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