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中 이틀연속 "돈 풀겠다"… 中·홍콩증시 일단 환호
디플레·부동산 하락세 지속
외국인 中증시 이탈 심각
4개월만에 지준율 또 내려
전날 증안기금 372조 이어
충분한 유동성 공급 시사
긴급처방에도 효과 미미땐
기준금리 인하카드도 검토
중국 인민은행이 다음달 5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시중에 1조위안(약 188조원)의 자금을 풀기로 했다. 4개월여 만에 지준율을 다시 낮추기로 한 데는 그만큼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중국 정부가 증시안정기금을 비롯한 428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증시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24일 인민은행은 다음달 5일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예고했다. 인민은행장이 직접 나서 지준율 인하를 예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하 폭도 기존보다 2배로 늘렸다. 앞서 인민은행은 2022년 4월과 12월, 지난해 3월과 9월에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이번에는 0.5%포인트 인하다. 그만큼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금리 조정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2일에는 사실상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5개월 연속 동결하기로 했다. 대신 지난해부터 지준율과 중소기업 정책금리 조정 등 정책 도구를 활용해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만약 이번 지준율 인하에도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LPR을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중국이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는 것은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디플레이션 우려가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동기보다 0.3% 떨어져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도 2.7% 줄면서 15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가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중국 금융·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과 부동산 업체발 금융 위험 확산 가능성'이 꼽혔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약 50개의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가 1000억달러(약 134조원) 규모 역외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
경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식시장도 맥을 못 추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0%가량 하락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심상치 않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의 중국 주식 보유 규모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올해 중국 증시에서 1700억달러(약 227조원)가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총 2조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중국증권금융공사(CSFC)와 중국후이진투자공사(CHI) 등을 통해서도 3000억위안(약 55조8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준율까지 추가로 낮추면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셈이다.
중국 정부가 잇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음달 주요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를 앞두고 중국판 개미인 '부추'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주식시장은 99%(거래액 기준으론 60%)가 개인투자자다.
유동성 공급 소식에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주가지수와 CSI300은 각각 전날보다 1.80%, 1.40% 오르며 장을 마쳤다. 홍콩 증시에서는 항셍지수와 H지수가 각각 3.56%, 4.13% 상승 마감했다. 지준율 인하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 막판에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한편 홍콩 증시가 회복되면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맞고 있는 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률이 일부 만회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H지수 ELS 상품에서는 이달 19일까지 약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가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중국 증시 부양책이 2015년 여름에 나온 임시방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잇단 부양책은) 부동산 침체와 주가 급락으로 큰 타격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한 뒤 "이러한 조치들이 증시 급락을 저지하기에 충분한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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