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앞으로 ‘여성 소방관’ 줄어든다?”…달라지는 체력검사, 사실은?
[KBS 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무거운 호스를 들고 거센 불길을 맞선다거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업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인데요,
이틀 전, 서천특화시장에서 발생했던 화재현장뿐 아니라, 응급 상황, 긴급구조에도 투입되는 소방관은 업무 특성상 극한 체력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남성 대원보다 체력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 대원의 현장 투입은 어려움이 적지 않았고, 현장에 간다 하더라도 2~3년 뒤에는 행정직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소방관 채용을 위한 체력시험은 이렇게 6개 종목으로 구성됩니다.
수행능력에 따라 종목별로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가 매겨지는데, 윗몸일으키기의 경우 남자는 1분당 52회, 여자는 42회를 할 경우 10점 만점이 됩니다.
그동안 이렇게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던 소방공무원 채용 체력평가 기준이 2027년부터 남녀구분 없이 똑같이 적용됩니다.
기초체력 측정 대신에 계단 오르내리기, 소방호스 끌고 다니기, 인명구조와 같이 직무 특성을 반영한 종목으로 변경하기로 한 건데요,
인권위가 장벽을 없애라고 권고함에 따라, 채점도 남녀 관계없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게 이번 개선안의 핵심입니다.
[배덕곤/소방청 기획조정관/어제 : "소방 임무 수행 중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과 동작을 기반으로... 스스로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강인한 체력은 소방공무원 직무 수행의 필수 조건입니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소방에서는 체력시험에 남녀 동일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유능한 소방관을 원한다", "그 직무를 수행 가능한 인원을 뽑는 게 맞다", 관련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여성 소방공무원의 비율은 여전히 10%대에 불과한 상황.
그렇다 보니, "성 평등에 역행하는 소방청이다", "남성에게 유리하게 채용을 손본다", "당장 여성이 불리한 것 아니냐" 이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런 우려들,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영향은 없습니다.
소방청은 특정 성별, 그러니까 남성에게 유리한 채용 기준을 마련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미 남녀 모집 인원을 정해 둔 상황에서 분리해 시험을 치르고 있고, 분리 채용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여성 채용 비율이 줄지 않도록 기준을 조절해나가겠단 입장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채점 기준만 남녀가 같아지는 거지 여성은 여성끼리, 남성은 남성끼리 경쟁한다는 이야깁니다.
[황철홍/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당장은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여학생들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 있죠. 소방 본연의 업무, 역할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다만 2027년까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줬기 때문에 나름 소방청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내놓은 결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소방관이 화재 시 착용하는 개인장비는 25㎏, 남녀를 떠나 신체능력이 떨어지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소방 장비와 업무 특성상 여성이라고 해서 장비의 차이를 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차별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겁니다.
남자라고 하더라도 신체적 능력이 다소 부족하고 사무·행정능력이 탁월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체력적, 신체적 장점이 더 큰 여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기준, 소방경 이상 간부급 소방관 중 여성 비율은 4% 남짓.
여성 소방관이 마주한 여전한 이 '유리천장'이 진짜 차별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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