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보려고 넷플릭스 가입한다고?” 프로레슬링이 그렇게 대단해?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6.7조원짜리 중계권이라고? 프로레슬링이 그렇게 대단해?”
그렇다. 요즘엔 프로레슬링이 무슨 경기인지조차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프로레슬링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프로레슬링 주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TV 앞에 모여 다 같이 경기를 봤고, 각종 프로레슬링 기술을 흉내내는 게 유행이었다. 인기에 힘입어 프로레슬링 선수가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까지 속출했었다.
최근 OTT업계가 앞다퉈 스포츠 중계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택한 종목은 다름 아닌 프로레슬링이란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린다.
프로레슬링은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단 점에서, 그리고 이미 국내에서도 증명된 인기 콘텐츠란 점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평가다. 넷플릭스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한 이유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등에 따르면, 최근 넷플릭스는 WWE의 인기 프로그램인 ‘RAW’ 독점 중계권을 획득했다. RAW는 WWE에서 제작하는 프로레슬링 TV프로그램으로, 매주 월요일에 생방송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향후 10년간의 독점 중계권으로,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무려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이상을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RAW는 NBC유니버설 산하 USA네트워크가 독점 중계 중이다. 5년에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를 WWE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이보다 2배가량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여러가지로 파격적인 행보다.
넷플릭스가 파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건 그만큼 프로레슬링 콘텐츠의 잠재력을 크게 봤다는 방증이다. 현재 TV를 통해 RAW를 시청하는 미국인만 평균 200만명 이상이다. 또다른 인기 프로그램인 ‘스맥다운’ 등도 독점 중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낯선 존재일 수 있지만, 국내에서도 한때 미국 프로레슬링 콘텐츠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미국 프로레슬링을 대표하는 단체, WWE의 전신은 WWF(World Wrestling Federation)다. 국내에선 WWF란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하지만, 세계자연보호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과의 분쟁에서 패소, 이후 이름이 WWE로 바뀌었다.
국내에선 1980년대 미군 방송을 통해 프로레슬링이 알려졌다. 여러 세계적인 스타급 레슬러가 출연하면서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헐크 호건과 얼티밋 워리어의 라이벌 구도도 대표적 예다. 현재 세계적 축구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처럼 두 사람의 경쟁 및 경기는 프로레슬링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두 선수의 경기는 추후 각종 게임 등에서도 쓰일 만큼 화제였다. 헐크 호건이 주연인 영화도 개봉했었다. 영화 제목부터 ‘헐크 호건의 죽느냐 사느냐’다.
현재에도 프로레슬러 출신의 영화배우가 많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데이브 바티스타, 존시나, 드웨인 존슨 등이 꼽힌다. 마블 시리즈나 분노의 질주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영화들에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오히려 지금은 프로레슬러보다 영화배우로 더 친숙할 정도다.
국내에선 WWF 시절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국내 중계도 부침을 반복하다가 일부 스포츠 채널에서 마니아층 중심으로 중계를 이어왔다.
넷플릭스가 WWE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면서 국내 중계가 언제부터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WWE 측은 이와 관련, “2025년 1월부터 넷플릭스가 미국, 캐나다, 영국,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독점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후 국가와 지역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로 WWE 콘텐츠가 유통될 경우 기존 실시간 생중계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OTT의 특성에 맞춰 공개 일정이나 길이 등이 구성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담당 대표인 벨라 바하리아는 “RAW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최고의 콘텐츠”라며 “향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많은 기쁨과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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