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윤 대통령의 ‘화해법’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때인 2021년 12월4일 이준석 대표를 만나기 위해 울산으로 내려갔다. 이 대표는 선대위 인선·구성 문제 등으로 윤 후보와 마찰을 빚어 나흘째 잠행 중이었다. 두 사람은 2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한 뒤 환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고 껴안았다. 오래가지 못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권한을 보장하는 합의가 이행되지 않자, 선대위를 뛰쳐나갔다. 격앙된 친윤 의원들은 이듬해 1월6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이 대표 발언 도중 갑자기 의총장으로 윤 후보가 들어왔다. 윤 후보는 “모든 게 다 제 탓”이라고 했고, 두 사람은 포옹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승용차를 함께 타고 경기 평택시 공사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방문 일정에 맞춰 계획했던 시간을 앞당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대통령 전용열차를 함께 타고 상경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언급한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한 위원장의 사퇴 거부로 촉발된 ‘윤·한 충돌’이 일단 덮였다.
윤 대통령이 ‘윤·이’ ‘윤·한’ 갈등을 푸는 방식은 닮았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듯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대선 기간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렸고, 김 여사 리스크는 다수 여론이 부정적인데 ‘한동훈 너마저’가 되면 윤 대통령은 사실상 고립무원이 된다. 파국 직전에 대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것도 비슷하다.
두 갈등의 최종 결말이 같을지는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인 이 대표를 축출했다.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손볼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윤·한 3일 전쟁’은 뇌관인 김 여사 리스크를 무작정 봉인해 불씨를 남겼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한 90도 폴더 인사로 ‘2인자의 한계’를 스스로 보였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한 위원장 사퇴를 관철시키지 못해 당 장악력에 흠집이 났다. 국민들 눈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어이없는 이유로 싸우다 느닷없이 화해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은 해봤는지 모르겠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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