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못 버티는 건설업계… 부도에 사업 중단·포기 잇따라

박세준 2024. 1. 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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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불거진 건설업계의 도미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법원 공고를 보면 지난해 12월 건설사 10여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들어서도 벌써 10개 업체가 법정관리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신일해피트리'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가 시공하던 아파트 현장 4곳도 공사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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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도업체 전년比 50% 증가
2024년 법정관리 업체도 10곳 달해
‘유은센텀시티’ 등 공사 중단 늘어
사전청약 이후 사업 취소 사례도
태영건설, 협력업체 등 피해 속출
하도급 공사 92곳 미지급 등 발생
정부, PF 모니터링 강화 등 나서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불거진 건설업계의 도미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에 경기 침체 우려가 장기화하며 자금난을 버티지 못해 쓰러지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발주처나 시공사가 여러 단계로 중소 규모 업체와 하도급을 맺는 건설업 특성상 협력업체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24일 건설산업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모두 21곳으로, 2022년 대비 7곳(50%) 늘었다. 지난해 건설업 분야 전체 폐업 신고 건수도 2347건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법원 공고를 보면 지난해 12월 건설사 10여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들어서도 벌써 10개 업체가 법정관리에 나섰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대금 지급이 유예되면서 일부 공사현장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4일 태영건설의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 뉴스1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도 늘고 있다. 3월 준공 예정이었던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는 시행사가 자금난에 처하면서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멈췄다.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해 초 이 사업장을 보증사고 현장으로 분류하고 계약자 126명에게 각각 1억원가량의 보증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신일해피트리’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가 시공하던 아파트 현장 4곳도 공사가 중단됐다. 두 곳의 계약자들은 분양대금을 돌려받았고, 오는 3월 입주 예정이었던 나머지 2곳은 대체 시공사를 찾는 중이다.

아직 공사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사전청약을 마친 단지가 사업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최근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인천 가정2지구 우미린 B2블록’ 계약 취소를 알리는 공문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보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인허가가 지연되는 와중에 부동산 시장 여건이 안 좋아졌다”며 “중도 계약 포기자들까지 속출하면서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려 사업 취소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경우에도 이미 분양자와 협력업체의 피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태영건설 하도급 공사를 수행 중인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장 92곳에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대금 미지급이 발생한 현장이 14곳 나왔고, 50곳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이 60일에서 90일로 변경되는 식으로 대금지급기일이 변경됐다. 현금 대신 어음이나 외담대로 결제 수단이 변경됐다는 현장이 12곳, 아예 직불로 전환된 사례가 2곳으로 집계됐다.

정부도 건설업계의 위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신속 대응반’을 꾸려 태영건설을 비롯한 전국의 건설현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사 차질 등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도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전국 공사현장 100여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임금 체불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직접 현장을 돌며 기성금 집행 여부 등을 점검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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