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그대로 ‘늘봄학교’ 해결책도 없이 확대라니

한겨레 2024. 1. 2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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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 현장에선 수업 뒤 학생을 돌보는 '늘봄학교'를 놓고 갈등이 최고조다.

최근 정부의 늘봄학교 확대 결정을 지켜보면서 지난해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논란이 떠올랐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은 시행 전에 폐기됐지만, 늘봄학교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과 초등돌봄이 학교 돌봄의 형태로 이뤄지길 바라는 학부모 요구를 부각하며 늘봄학교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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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동조합연맹 소속 교사들이 지난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의 졸속확대 중단과 지자체 이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유성동 | 금산 신대초 교사·한국교원대 박사과정

요즘 초등학교 현장에선 수업 뒤 학생을 돌보는 ‘늘봄학교’를 놓고 갈등이 최고조다. 최근 정부의 늘봄학교 확대 결정을 지켜보면서 지난해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논란이 떠올랐다. 두 정책 모두 학령기 아동과 관련 있고, 교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현장의 반대와 이를 무시하는 교육당국의 태도 면에서 닮은꼴이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은 시행 전에 폐기됐지만, 늘봄학교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교사단체는 △돌봄 인력 미확보, 이로 인한 돌봄 업무 교사 전가 △학교 내 돌봄 공간 확보의 어려움 △정부는 생색만 내고 모든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는 불합리 △교육 예산이 돌봄에 사용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늘봄학교 시범 운영 전 제기됐던 현장의 우려 그대로다. 예상했던 우려가 시범 운영에서 문제로 대두했는데, 교육당국은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은 채 기존 계획을 오히려 앞당겼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과 초등돌봄이 학교 돌봄의 형태로 이뤄지길 바라는 학부모 요구를 부각하며 늘봄학교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자녀 돌봄이 학교라는 공적 기관에서 이뤄지기를 바라는 학부모 심정은 이해하나, 늘봄학교 등 학교 돌봄이 저출생 해결에 기여한다는 논리엔 수긍하기 어렵다. 학교 돌봄이 출산 관련 불만족을 개선할 순 있겠으나, 출산하고 싶은 동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결혼을 결정하는 동기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2~2022년 통계자료를 보면 합계출산율은 40% 줄었고, 혼인 건수는 41%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에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등 학교 돌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 근거를 따져본 뒤 앞으로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이성적 태도 아닐까. 지난해 1학기 시범운영 학교의 늘봄학교 이용 아동수가 학기 말로 갈수록 줄었다는 통계는 왜 모르나. 시범운영을 통해 드러난 인력·공간·예산 문제 해결은 뒤로 한 채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답답하다.

수업 준비 시간에 돌봄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교사, 주당 60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학령기 아동, 늦은 직장 일로 자녀를 잠시밖에 볼 수 없는 학부모 애환. 이런 교육 3주체의 불행한 학령기 경험이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예산 권한까지 부여해 영유아와 아동·청소년 돌봄의 컨트롤타워와 집행기관으로 삼자. 교육과 돌봄의 통합 운운하며 교육재정 축낼 꼼수는 접고, 관련 예산을 아동 돌봄에 대폭 투입해 저출생 극복 의지를 보여주시라. 돌봄교실과 다함께돌봄센터, 학교돌봄터의 기능을 통합해 학교를 비롯한 지역 곳곳에 ‘방과후돌봄터’를 설립하자. 운영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방과후돌봄지원센터가 지역 전반을 책임진다. 학교 증·개축을 통해 공간을 마련하고 방과후학교 기능까지 흡수한다면 교사 업무는 줄고, 특별실도 되찾아 학교 교육력 회복에 기여할 거다. 정부는 정책 개시 기준이 수요가 아니라 ‘현장의 수용과 준비’여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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