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화의 Law&Life] 목숨값 차별
[신상화 법무법인 도원 파트너변호사]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은 대인사고 피해를 무한으로 보상하다 보니 배상책임 법리와는 맞지 않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 소득이 줄어든 금액을 산정할 때 사고 직전 피해자 소득액에 따라 수십, 수백배 보상금 차이가 발생하게 되어 ‘목숨값 차별’ 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외국에서 장기간 체류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이 보상은 한도 없이 이루어지지만 보험료는 절반으로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자동차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다. 가해자는 무한으로 손해를 배상할 수 없지만 보험자에게는 무한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무한보상 제도의 문제는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 소득이 줄어들 경우 심각하게 드러난다. 자동차보험 보상현장에서는 사고가 없었을 경우, 피해자의예상 소득에 대한 산정을 어떤 방법 또는 기준에 따라 보상하는 것이 공평할까.
일실수입액 산정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누어 평가한다. 하나는 ‘차액설’로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과 후의 수입 차이를 기준으로 한다. 다른 방법은 ‘평가설’로 사고 이후 피해자의 능력 감퇴 정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례는 어느 한 입장을 고수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사고 이전의 소득에 노동능력상실률을 곱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고 있다.(대법원 선고90다카21022 판결등)
그러나 이러한 평가설이 모든 경우에 공평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같은 사고로 두 사람이 다쳤고 장해 정도도 비슷한 경우, 일용근로자와 전문직 종사자라고 가정해보자.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사고 전후의 실제 수입에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 오히려 차액설을 기반으로 하고 노동능력 상실에 따른 피해를 위자료 등에 반영하는 것이 실제 손해를 보상하는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
소득의 예측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겠으나 현실적으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때문에 법원이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평가설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사무직 근로자나 공무원, 대기업 회사원 등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직종의 피해자들은 수입 차이로 인한 손해배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수입이 감소된 경우에는 일용근로자와 전문직 종사자 모두 일실수입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일한 사고로 동일한 장해에 이르렀음에도 실제 소득액의 차이로 인해 피해자 간 배상액에 큰 차이가 생기는 문제는 손해배상의 법리보다는 보험 정책적인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동차보험 대인 무한배상을 내려놓아야겠다. 피해자 1인당 보상하는 범위를 일정액으로 제한하고, 초과 손해에 대해서는 전문직 종사자와 같은 고소득자들이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여 손해 발생 위험을 추가 담보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보상 한도를 정해놓으면 소득격차에 따른 보상범위 격차를 줄이고, 보험재정의 건전성 확보와 보험료 인하를 통해 다수 보험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모두가 만족할만한 공평타당한 분담은 어려우나, 직업이나 소득 차이에 따른 문제들을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실수입이 적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 모두에게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해 '사람값' 논란을 해소할 수 있어 보인다.
|신상화 법무법인 도원 파트너변호사, 다수 보험사 소송 및 법률자문, 보험법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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