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발왕'의 소망..."탈북민 내 처지와 비슷…해외 취업길 열렸으면"

김경준 2024. 1.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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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제 나이 29세에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첫발을 디뎠죠. 그때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합니다. 목숨을 걸었던 탈북민들도 그때의 저와 다를 게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최 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우선 한국 법인에서 10명을 고용해 업무를 익힌 뒤, 아프리카 현지 법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생각"이라며 "아직 한국 사회에 알게 모르게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데, 해외 진출 한국 기업에서 일한다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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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사나그룹 회장 "탈북민 10명 채용할 것"
탈북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에 3000만 원 기부
케냐에서 '사나그룹'을 운영 중인 한국인 기업가 최영철(왼쪽) 회장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탈북 청소년 교육발전 기부금 전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0년 전, 제 나이 29세에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첫발을 디뎠죠. 그때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합니다. 목숨을 걸었던 탈북민들도 그때의 저와 다를 게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최영철(69) 사나그룹 회장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가장 유명한 한인 기업가다. 1989년 가발 제조업체 사나그룹을 설립한 이후 동아프리카 가발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케냐 8대 기업(납세액 기준)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잠비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우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케냐 포함 10개국에 공장을 두고 1만여 명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선 삼성전자나 현대차보다 더 유명한 한국 기업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사나그룹 가발 공장에서 현지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사나그룹 제공

그런 그가 탈북민에게 취업문을 활짝 열었다.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만나 사나그룹의 한국 법인에서 탈북민 10명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최 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우선 한국 법인에서 10명을 고용해 업무를 익힌 뒤, 아프리카 현지 법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생각"이라며 "아직 한국 사회에 알게 모르게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데, 해외 진출 한국 기업에서 일한다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탈북민 채용을 결심한 계기는 지난달 1일, 9년 만에 열린 탈북민 취업 박람회 소식을 접하면서다. "탈북보다 취업이 더 힘들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해 듣고는, 40년 전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탈북민 실업률은 6.1%로 일반 국민(3%)보다 2배가량 높다.

최 회장은 "1984년 한국에서의 힘겨운 삶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을 찾아 혈혈단신 아프리카로 떠났다"며 "하지만 막상 아프리카에 도착하니 먹고사는 문제부터 사회에 녹아드는 것까지 무엇 하나 순탄한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라면으로 몇 날 며칠을 보냈고, 처음 시작한 무역업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실패했을 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탈북민의 고충이 '남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나그룹이 케냐에서 운영하고 있는 엔젤스유치원에서 최영철(가운데) 회장이 원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나그룹 제공

최 회장은 탈북 청소년 교육을 위해 3,0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금은 남북사랑학교, 다음학교, 반석학교 등 미인가 대안교육기관 6곳에 500만 원씩 전달될 예정이다. 그는 "어려움을 딛고 정착하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케냐에서도 사나그룹의 가발 브랜드인 '엔젤스'를 붙인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탈북민들이 잘 살 수 있게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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