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사원 앞 돼지머리 둔 주민 ‘무혐의’…“검찰, 무슬림 향한 폭력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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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머리를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 가져다 놓아 공사 방해 혐의로 고발된 주민들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실이 지난 23일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4일 성명을 내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가해자의 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꼴이다.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 돼지머리 방치, 바비큐 파티 등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과 혐오와 차별을 용인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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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대구시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2층까지 올라간 사원 건립 공사는 중단 상태였다. 공사장 주변엔 시공업자들이 가져다 놓은 건축 자재들만 쌓여 있었다. 지난해 주민들이 무슬림들이 금기시하는 돼지머리를 가져다 놓아 ‘종교 혐오’ 논란이 일었던 그 자리다.
돼지머리는 사라졌지만 인근 지역엔 여전히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했다. 공사 현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서문교차로에는 ‘이슬람(힌두교) 아웃(OUT) 무섭다!’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써 붙인 정체불명의 트럭이 도로변을 점령하고 있었고, 트럭 뒤편 건물에는 ‘북구 주민들을 지킵니다’라고 쓴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정당 예비후보가 내건 홍보물이었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여전히 거센 가운데, 설계도와 다른 부실시공이 드러나 공사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최근엔 주민 간 갈등을 격화시키는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돼지머리를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 가져다 놓아 공사 방해 혐의로 고발된 주민들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실이 지난 23일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환영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3일 북구청 앞에서 연 회견에서 “집 앞에 돼지머리를 두었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됐는데,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억울함이 풀렸다”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건축주 쪽의 고발이) 주민 입막음을 위한 협박성 고발이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재 공사 중지 상태인 이슬람사원의 이전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인권단체들이 나섰다.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4일 성명을 내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가해자의 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꼴이다.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 돼지머리 방치, 바비큐 파티 등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과 혐오와 차별을 용인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돼지고기는 이슬람의 대표적인 금기 식품으로 무슬림 유학생들은 돼지머리를 매일 마주치며 종교적 계율을 반해야 했던 상황”이라며 “그들이 겪었을 너무나 큰 고통 앞에서 검찰은 눈을 감았다”고 꼬집었다.
앞서 대구지검 형사2부(부장 김성원)는 지난달 13일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 돼지머리를 두어 공사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송치된 ㄱ씨 등 주민 2명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공사 진행에 별다른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점, 예정된 공사가 완료된 점 등 업무방해죄에서 요구하는 위력의 행사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았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의 이슬람사원 건축 갈등은 2020년 12월 경북대에 다니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각자 돈을 모아 사원 건축 공사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이 뒤늦게 사원 건립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북구는 민원 해결을 이유로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 철회 소송 1·2심에 이어 2022년 9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그러자 반대 주민들은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를 놓아두는가 하면, 무슬림 학생들의 기도 시간에 맞춰 돼지고기 파티를 벌여 논란이 커졌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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