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 선수를? KBO 놀라게 한 KIA의 역발상… 도박과 대박 사이, 팀 운명 쥐었다

김태우 기자 2024. 1.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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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새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윌 크로우
▲ 건강과 성장 가능성에서 기대를 모으는 제임스 네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각 팀의 외국인 전력을 책임질 선수들이 속속 발표된 가운데, KIA는 마지막까지 장고를 거듭해 리그와 팬들의 관심을 모은 팀이었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일찌감치 재계약 대상자로 정하고 3년 연속 동행을 이어 가기로 했으나 외국인 투수 두 자리가 쉬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KIA가 사활을 건 분야가 바로 외국인 투수다. 지난해 총 네 명의 외국인 투수(숀 앤더슨, 아도니스 메디나, 토마스 파노니, 마리오 산체스)를 썼으나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선수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합쳐봐야 타 팀의 웬만한 에이스급 투수 하나에도 훨씬 못 미쳤다. 결국 KIA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심재학 단장 부임 이후 외국인 스카우트 파트를 개편하며 힘을 실어준 KIA의 사실상 첫 시험대였다. 여러 선수들이 후보에 오른 가운데 최종적으로 낙점한 선수는 우완 윌 크로우와 우완 제임스 네일이었다. 장고 끝에 고른 선수라 그 활약상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KBO리그에는 전체적으로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선수가 입단했다는 일부의 시각이 있다.

이유가 있다. 두 선수 모두 KBO리그 구단들이 꺼릴 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로우는 분명 KBO리그에 오는 선수들 중에서는 최정상급의 경력을 자랑한다. 워싱턴 지명 당시부터 선발 유망주로 컸고, 피츠버그 트레이드 직후인 2021년은 사실상 풀타임 선발로 실험을 거쳤다. 2022년은 불펜으로 이동했으나 팀의 필승조 자원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해 어깨 부상 경력이 있었다.

네일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꽤 많은 장점을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선발 경력이 별로 없다. 마이너리그 초창기에 몇 경기를 뛴 게 전부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으로 뛰었다 하더라도 마이너리그에서는 그래도 선발 경력이 있는 선수를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KBO리그에서는 선발로 뛰어야 하는 만큼 여기에 댕한 경험과 곧바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한 까닭이다. 여기에 세인트루이스의 40인 로스터에 있었던 선수다.

여기에 크로우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하기로 했던 외국인 투수들이 몇몇 문제를 일으키며 낙마하자 KIA의 선택은 더 큰 관심을 모았다. 한 선수는 신체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한 선수는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KIA가 원점부터 선수를 찾아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부 선수들은 아예 돈이 맞지 않아 포기하기도 했다. 다만 KIA는 크로우를 낙점한 것에 이어 네일을 영입하며 KBO리그에서 가장 늦게 외국인 인선을 마무리했다.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크로우가 미국을 벗어난 다른 리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몇몇 구단들은 민감한 어깨 부상 리스크를 많이 우려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KIA가 크로우를 낙점했다는 소식을 듣고 ‘성적을 위해 어느 정도의 모험을 했구나’는 생각을 했다”면서 “네일은 사실 선발 경력이 별로 없어 많은 구단들의 리스트에는 아예 없었을 수 있다. 우리 구단의 리스트에서도 우선적인 순위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는 선수들은 100만 달러 상한선에서 복잡한 사정이 있어 일단 뒤로 미뤄놓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 네일은 풀타임 선발에 물음표가 있지만 땅볼 유도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에 애를 먹은 KIA는 크로우가 그 잔혹사를 끊어주길 바라고 있다

KIA로서는 역발상을 한 셈이다. 어깨 부상이 있었지만 철저한 신체검사를 통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KIA가 크로우에게 기대하는 최소 이닝은 160이닝이다. 이 부하를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네일은 세인트루이스와 이적료 협상을 비교적 무난하게 풀어냈다. KIA가 크로우와 짝을 지우기 위해 찾은 선수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경력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건강했던 선수들이었다. 크로우의 어깨 이슈를 고려한 듯, 반대의 방향에서 네일을 찾은 것이다.

도박의 감도 있지만, 터지면 대박의 여지도 가장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로우는 구위만 놓고 보면 지난해 KBO리그를 폭격한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힘 있는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고, 결정구도 가지고 있다. 선발 경험도 많아 시즌을 풀어나가는 능력에서도 기대가 걸린다. 학구적인 측면도 있고, 팀 융화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A구단 스카우트의 평가다.

네일은 선발 풀타임에 대한 물음표는 분명하게 붙어 있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이 크로우만큼 빠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패스트볼 평균 시속 140㎞대 중‧후반대는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이다. KIA의 토종 선발진이 나쁘지 않고, 6선발 대기 자원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네일을 관리해줄 수 있는 여유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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