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네 음식점까지 적용"…'중처법 유예' 막판 압박[정다운의 뉴스톡]
노동장관 "83만 7천개의 기업에 준비할 기회를 달라"
"근로자 5명 이상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도 확대 적용 대상"
'과반' 민주당은 소극적…24일 법사위 안건 상정 일단 불발
여야 원내대표 협상 진행…25일 오전 회동 재개 예정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장관순 기자
[앵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됩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실텐데요.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엔 적용을 유예해오다 27일부터는 다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 법까지 시행되면 중소영세 사업장의 타격이 크다면서 2년 더 유예해달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관건인 상황이고요. 자세한 내용 경제부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장관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2년 전 처음 도입 때도 그렇고 지금도 논란인데요. 일단 전반적인 개요부터 짚어주시요.
[기자]
예,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입니다. 이게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에는 2년 전인 2022년 1월27일부터 적용돼왔고,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는 2년의 시차를 두고 올해 1월27일부터 적용됩니다.
산업재해로 사망자 한명 이상 발생했거나, 전치 6개월 이상의 부상자가 같은 산재로 두명 이상 발생했을 때 중소사업장 경영책임자도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추가 유예 주장은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는데, 경영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사업장이 재해예방 관리체계를 완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법 적용을 더 미뤄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반대로 노동계는 "소규모사업장 노동자라는 이유로 생명안전을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면서 전면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는 중소사업장 적용 2년 유예를 위한 입법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고, 재계와 같은 입장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중소사업장 법적용을 2년 더 유예하도록 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전면시행 전에 마지막으로 잡혀 있는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해달라는 건데요, 오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했던 브리핑을 잠깐 들어보시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아직도 어떻게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83만 7천개의 기업에 준비할 기회를 주시기를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정부 관련부처 관계자들은 1월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수시로 국회를 찾아 유예입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법률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거죠?
[기자]
예, 칼자루를 쥔 것은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입니다만, 민주당은 유예입법에 부정적입니다. 중대재처벌해법을 관장할 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과 관련예산 편성 등 실질적 대책이 없으면 개정안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통상 법률안은 본회의 상정 전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먼저 처리됩니다만, 정부가 원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오늘 법사위 안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물론 정치판에서 어떤 변수가 작동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정부는 막판까지 국회 설득과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소기업에도 처벌이 확대되면 파장이 작지는 않겠어요. 동네 음식점까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네요?
[기자]
재계 입장은, 돈많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사업장은 경영자가 재판과 처벌을 받는 동안 경영공백과 폐업 위기에 내몰린다, 이러면 해당 업체 근로자들의 고용도 위태로워진다는 논립니다.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영향을 받는 업체가 83만7천곳이고, 이곳에 8백만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게 업계 추산입니다.
그런데 동네 음식점까지 앞세우는 논리 전개는 다소 과장돼 보입니다. 이정식 장관 오늘 발언에도 그 내용이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이처럼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확대 시행된다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대상이 됩니다."
노동계는 이런 주장을 '공포 마케팅'이라고 일축하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다섯명 미만 사업장, 그야말로 소규모 점포나 가내수공업 수준의 업체는 원천적으로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다섯명 이상 근무하는 음식점과 빵집이라 해도, 과연 이들 업종에서 중대재해라고 할만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앵커]
경영사정 탓에 중소기업이 혼자 감당을 못한다면, 정부가 관련 지원을 충실히 진행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을 대비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나봐요.
[기자]
물론, 정부는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왔지만 2년 기한 내에 제도적으로 완비하기는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중소사업장에 안전자문이나 노후장비 교체 등 지원을 위해 1조5천억원의 예산을 들이겠다는 등 대책을 내놓은 게 고작 한달 전입니다. 유예 시한이 임박해서야 대책을 낸 것인 데다, 그마저도 앞서 정부예산안에 반영했던 내용을 재탕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정부 출범 전 인수위시절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종합적으로 정비해 올해 상반기 개정안을 내기로 돼 있습니다만, 이것도 실현 가능성이 의심됩니다. 지금까지 입법과 관련해서는 여당을 통해 추가유예 부칙조항 하나만 고치는 개정안을 낸 게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과연 지난 2년간 중소사업장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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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ksj081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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