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열린 성남 모란시장…“날씨보다 마음이 더 춥다” 물가 걱정하는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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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정오께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어깨를 움츠린 채 손을 호호 불어가며 과일값을 세던 한 상인은 "이렇게 경기가 힘들 때 한 번 와 주는 게 어디냐"며 "날씨보다 마음이 더 춥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이같은 가격 동향이 한동안 이어지거나,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 상인은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옆집에서 싸게 팔까 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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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먹거리를 사는 이들이 값을 깎아달라고 요구해도 상인들은 아쉬운 내색 한번을 내비치지 않았다. 어깨를 움츠린 채 손을 호호 불어가며 과일값을 세던 한 상인은 “이렇게 경기가 힘들 때 한 번 와 주는 게 어디냐”며 “날씨보다 마음이 더 춥다”고 말했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상인도, 소비자도 모진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설이 목전으로 다가온 만큼 시장 등에서의 지출도 늘어날 법하지만,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고, 상인들은 버티고 버티다가 물건값을 올리고 있다. 악순환이다.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가 설을 3주 앞두고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8만1500원을 기록했다. 25만8500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설 때보다 8.9% 오른 역대 최고치다.
전반적인 상승세를 부추긴 건 과일과 채소류다. 지난해 비가 잦았던 데다 병충해와 냉해 등이 전국 각지에서 잇따른 영향이다. 전통시장에서 사과(부사) 3개 가격은 전년보다 42.9% 오른 1만5000원, 대파 1단 가격은 60.0% 뛴 4000원이다. 배춧값도 33.3% 상승했다.
사과와 더불어 명절 필수로 꼽히는 배의 가격도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배(신고) 3개 가격은 1만3500원으로 작년 설 때보다 12.5% 올랐다. 한 해 동안 작황이 부진했던 견과류도 밤 33.3%, 대추 14.3% 등 순으로 가격이 올랐다.
기름집 골목에서 만난 한 상인은 “가게마다 병에 따라 용량이 다르고 또 (들깨 등의) 원산지가 달라 가격은 제각각”이라면서도 “우리도 그렇고, 몇몇 가게는 값을 조정하는 대신 병을 작은 걸로 바꿨다. ‘1병 1만원’ 간판을 차마 바꿀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겨우내 장사가 부진했던 상인들이 명절 대목을 기대해 마진(이윤)을 더 붙이기라도 하면 전체 평균단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한 상인은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옆집에서 싸게 팔까 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갑 사정이 어려워 부담스러운 건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명절 전 미리 쌀과 기름 등을 사러 나왔다는 한 60대 소비자는 “시장도 그렇고 대형마트도 만만치 않게 비싸 큰일”이라며 “명절이니 쓸 돈을 안 쓸 수는 없겠지만, (경기)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같은 동향을 고려, 역대 최대 규모인 844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 농·축·수산물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7000t을 공급하고 과일류 등 할당관세 물량도 신속히 도입한 상태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올해는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전체 품목 가격이 올랐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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