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리턴 매치' 가능성…세계는 이미 '트럼프 2기' 준비 돌입
글로벌 정가·재계 벌써부터 '트럼프 2기' 주판알
캐나다, 국익 점검팀 구성…독일 국방비 증액
유럽중앙은행 총재 "단일시장 강화로 맞서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모두 과반 득표율로 승리하며 ‘대세론’에 쐐기를 박았다.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2연패 뒤 다음 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경선에서 반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전망은 어둡다. 악시오스가 입수한 트럼프 캠프 비공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8%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은 28%에 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치러진 뉴햄프셔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선거인단 배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비공식 경선’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지만, 7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는 11월 대선 본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간 ‘리턴 매치’로 굳혀감에 따라 글로벌 정가와 재계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자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사회는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국가 간의 관계를 ‘비즈니스’로 여기는 그의 전략은 경제적 이해 득실을 따져 관세, 안보 철회 등의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캐나다는 미국 대선을 열 달 여 앞두고 통상을 비롯한 각 분야 국익을 점검하기 위한 대책팀을 구성키로 했다. 대책팀은 기업, 노조, 민간 사회단체 및 각급 지자체 정부와 협력해 미국 각계를 대상으로 캐나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캐나다는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의 75%를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캐나다의 발빠른 대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보호주의 무역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캐나다·독일 등 대비책 마련…월가 “트럼프 시장 불확실성 가중”
유럽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재임 시절 국방비 증액 압박을 받았던 독일은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에 대비해 자국군 현대화를 위해 마련한 1090억달러 규모의 특별 군사 기금을 마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주독 미군 일부 철수를 결정하며 “독일이 돈을 내지 않아서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의 국방비 증액은 트럼프의 ‘무임승차’ 비판에 대비하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패널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세계 무역,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변화 대응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내며 “최선책은 단일시장 강화”고 강조했다. 리카르드 총재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며 탄탄한 단일시장으로 트럼프의 보호주의무역에 맞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복귀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채권 시장에 ‘발작(tantrum)’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세제 개혁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고, 이번 선거 유세에서도 재선에 성공하면 세율을 15%로 더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PGIM의 길레르모 펠리스 수석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시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와 관련된 위험인 감세나 국방 예산 증가 등 재정 확장 기조, 군사적 갈등 고조 등에 대해서는 상당히 안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의 재정적자 위험은 시장이 다시 한번 받아들여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CNBC는 월가 분석가들이 트럼프의 감세뿐만 아니라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안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시경제 환경, 특히 고금리와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트럼프 재임 시절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BRI 웰스 매니지먼트의 댄 보드먼-웨스턴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접근 방식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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