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막장으로 내몰리고 있다…시대정신 담은 진보연합을 하자

한겨레 2024. 1. 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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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일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문 사이로 국회 상징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도흠 |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새해가 밝았지만 서민들의 마음은 어둡다. 세계 8위의 무역대국에 올랐지만, 불평등은 미국 다음으로 높고 멕시코 다음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58.5%, 소득의 46.5%를 차지하고 있고(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 가계부채는 1900조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에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서 에너지 가격은 오르고 기업의 투자와 수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은 사상 최대로 지난해 1~8월에만 2만4514곳이 폐업했다. 청년실업률은 5.9%에 이르는데(2022년 통계청), 노인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인 40.4%에 이른다(한눈에 보는 연금 2023). 얼마나 살기 어려우면 10만명당 25.2명이 자살하고 남녀 둘이 합쳐서 0.78명만 아이를 낳겠는가(2022년 통계청).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정권이 강성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하면서 복지는 줄이고 가진 자들의 특혜는 더욱 늘리는 바람에 민생은 더욱 막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는 생존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812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데 더 열악한 ‘플랫폼 노동’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세계 1위로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1012대 비율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국제로봇연맹 2024년 1월12일). 대기업 일자리는 16.6%에 지나지 않는데 중소기업과 임금 격차는 2.1배에 달한다(국가통계포털 2021). 2022년에도 하루 평균 6명, 모두 222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용노동부 2022년 통계). 임금체불을 항의하며 분신한 택시기사의 장례식을 100일이 넘도록 치르지 못하고 있고, 엄동설한에 대량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과 보수언론은 노동자를 악마화하는 작업을 획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위기든, 불평등의 극대화든,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위기든, 패권의 변화와 전쟁의 위기든 그 근본원인은 모두 자본주의 체제다. 대안은 당연히 자본주의를 넘어 노동 중심의 생태적이고 평등한 참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공유사회와 자주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 주체는 이 체제에서 가장 희생이 심한 노동자와 서민이며, 정치적으로는 진보정당이다. 기후위기 한 가지만 하더라도 지구 대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파국인 450ppm에 달하는 시점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 복합위기 극복으로 방향을 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지금 모든 진보세력은 한시라도 빨리 이를 극복하는 대안 사회 모색을 향해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전진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있다.

이 목표와 현실의 괴리는 너무도 크다. 민주당이나 신당들은 여당보다 조금 나은 보수정당일 뿐이다. 진보정당은 분열해 있고 그 토대인 노동자 상당수가 신자유주의적 탐욕을 내면화했다.이들을 진보적으로 견인할 조직인 민주노총마저 빠른 속도로 우경화하고 있다. 진보정당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민주당과 연합하는 바람에 진보의 정체성과 헤게모니만 상실했다. 각 진보정당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5%를 넘지 못한다. 필자가 2011년에 진보 대통합을 제안하고 그 회의의 사회를 보며 물밑교섭을 한 이후 진보 소통합, 위성정당 반대운동, 2022년 진보 대선후보 연합에 애써보았다. 강령과 정책 차이는 별로 없었을 뿐만 아니라 걸림돌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패권과 신뢰, 감정적 앙금이 문제였다.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당과 진보당이 정의당 플랫폼을 매개로 한 선거연합에 들어오지 않자 정의당은 녹색당과 개문발차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원로들이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뤄지면 모든 진보정당이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할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이 나서서 플랫폼을 만들고 시민사회가 이에 힘을 실어주고 각 진보정당은 정파에서 벗어나 담대하게 연대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하나의 당으로 복합위기 극복을 시대정신으로 삼아 프레임으로 만들고 함께 대안 사회를 목적지로 삼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사회공유소득, 탄소세, 로봇세, 기본자산 등 그 정거장에 해당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한다면 10% 이상의 득표도 가능하다. 노동자와 서민들의 피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새로운 사회의 빛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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