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부터 실내악까지… 이제는 세계인 귀 사로잡는다

박계교 기자 2024. 1. 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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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정기·기획공연 1144회… 유럽투어 연주 계획
올해 마스터 시리즈 등 다양한 기획연주 시민들 찾아가

대전시립교향악단 창단 40주년

강산이 4번이나 변했다.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불혹이다. 켜켜이 쌓여간 시간은 파릇한 새싹을 아름드리나무로 키워냈다. 곧게 뻗어 나간 가지에 잎사귀가 무성하게 달리기까지 모진 풍파를 견뎌낸 나무다. 누군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됐다. 쉼을 주는 친구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1984년 1월 음악애호가들의 바람과 전문 음악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창단된 대전시립교향악단이다. 아름드리나무처럼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감싸 안아주는 친구가 대전시립교향악단이다. 현재까지 정기·기획공연 1144회에 95만 명이 지켜봤다.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여자경 감독과 전임지휘자 1명, 현악 52명, 관악 25명, 사무단원 9명 등 88명이 대전시립교향악단 식구다.

1984년 창단한 대전시립교약악단은 그해 5월 대전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시민들에게 창단기념 연주회를 선보였다. 사진=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대전시립교향악단 첫 발걸음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되기 전 대전은 전문 음악인의 부족과 지원 부족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의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1950-1970년대까지 대전관현악단, 대전방송관현악단, 대전시교향악단, 대전관현악단 등 여러 모습으로 민간 오케스트라가 창단됐으나 재정적인 어려움과 인적 인프라 부족으로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목원대학교, 충남대학교, 배재대학교 등 대전지역 대학에 음악과가 생겨나고, 졸업생들이 배출되면서 전문 음악인이 증가해 인적 인프라가 확보, 아쉬움 가득했던 오케스트라 창단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공연장에서 음악회를 직접 감상하기를 원했던 많은 음악애호가와 대전으로 유입된 전문 음악인, 여기에 문화도시로의 발돋움을 하기 위한 대전시의 노력, 바람이 한데 모여 1984년 1월 13일 58명의 단원으로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첫 선을 보였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이끌어온 상임지휘자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창단 이후 8명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리더십 아래 교향악부터 실내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탄탄한 연주력으로 성장해왔다. 고 정두영 초대 상임지휘자는 단원들의 신분을 비상임에서 상임 체제로 바꿔 이전 교향악단이 갖고 있던 직업적 불안함을 해결하는 데 공헌했다. 제3대 상임지휘자 금난새는 '해설이 있는 연주회'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4대 상임지휘자 함신익은 단원 영입을 국내에서 국외로까지 넓히며 해외로 나아갈 기반을 다졌고, 연 80여 회의 연주 일정을 추진해 전문 연주단체로 자리매김을 이끌었다. 최초의 외국인 상임지휘자였던 제5대 에드몬 콜로메르는 음악적 내실에 충실,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실력을 더욱 탄탄히 했다. 7대 상임지휘자 금노상은 브루크너, 말러, 스트라빈스키 등 근현대의 곡들을 무대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대전시립교향악단의 프로그램 스펙트럼을 넓혔다. 8대 상임지휘자였던 제임스 저드는 협연자와 지휘자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하던 기존의 방향에서 1년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시즌 프로그래밍을 도입, 공연의 질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부터 제9대 여자경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클래식과 대중성을 겸비한 오케스트라로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017년 유럽투어(독일) 공연사진=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세계에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알리다.

1984년부터 한 걸음 한 걸음씩 꾸준하게 성장한 대전시립교향악단은 2000년대 들어 국내 정상급 교향악단 중 하나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에 대전을 알리기 위한 또 다른 행보로 보폭을 넓혔다. 2004 창단 20주년 기념 미국순회 연주를 시작으로 '아시아 오케스트라위크 2005(일본)'에 한국 대표 오케스트라로 초청되기도 했다. 2012년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 무지크페어라인 골드홀(오스트리아)에서 연주하고, 체코와 뮌헨 등 성공적인 유럽투어를 마무리함으로써 세계에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알리는 데에 노력해왔다. 2024년 창단 4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에 맞춰 대전을 넘어 글로벌 교향악단의 위상을 전하기 위해 자매도시인 부다페스트(헝가리)를 비롯, 빈(오스트리아) 등 유럽투어 연주도 계획 중이다.

2015년 아시아 오케스트라 위크 초청(일본) 공연.사진=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생말로 뮤직페스티벌(프랑스)사진=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국내외 연주자들이 꿈꾸는 오케스트라 반열에 오르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체계적인 사무국의 운영 체제가 큰 몫을 했다. 창단 초기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사무국은 연주 단원이 사무단원을 겸직, 단무장, 총무, 악보계로 구성돼 있었지만 1991년 고 정두영 지휘자가 초대 상임지휘자로 위촉되면서 사무국은 연주 단원과 분리 운영, 사무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2001년에 들어서면서 운영 체제의 변화 및 확대로 공연을 기획하고, 홍보와 마케팅, 지원 등으로 세분화시키면서 전문화가 됐다. 이러한 사무국의 변화로 연간 공연 정보를 볼 수 있는 시즌 브로슈어가 발행되고, 대전시립교향악단 후원회가 창립돼 사회공헌프로그램을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정기회원제도를 개편하고 강화해 현재의 모습을 구축, 마니아 관객층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무국이 전문적이고 안정화가 돼 감에 따라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확연하게 늘어나게 됐다. 더욱 다양한 형태의 공연과 해외 연주 투어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024 마스터시리즈 포스터사진=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40주년을 맞이하여 준비한 화려한 라인업

대전시립고향악단은 40주년을 맞아 화려한 라인업과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있다. 매월 클래식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전시립고향악단의 정기연주회 '마스터 시리즈'를 비롯, 다양한 색채의 기획연주가 시민들을 찾아간다.

먼저, 2024 마스터즈 시리즈에서는 소리꾼 고영열, 피아노 듀오 신박듀오, 플루티스트 최나경, 첼리스트 율리우스 베르거, 바이올리니스트 정하나, 첼리스트 심준호, 피아니스트 송영민, 바이올리니스트 김필균 폴,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피아니스트 김정원,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등 화려한 협연자들과 여자경 예술감독 외 정치용, 최수열 등 객원 지휘자들이 함께하는 탄탄한 무대를 준비 중이다.

김광현, 최재혁, 정나라, 박준성, 윤현진, 차웅, 정헌, 백승현 등의 객원 지휘자들과 바이올리니스트 이고르 그루프만, 피아니스트 임성미, 호르니스트 김홍박, 바이올리니스트 비르기트 콜라 등과 시네마 콘서트, 패밀리 콘서트, 유아들을 위한 클래식, 챔버 시리즈, 마티네 콘서트 등 주제와 컨셉트에 따라 다채로운 기획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5월 10일 진행 예정인 '마스터즈 시리즈 5' 무대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1984년 5월 2일 대전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고 정두영 지휘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 역사적인 창단연주회를 올렸다. 그날의 추억을 새롭게 담아 5월 10일 같은 곡을 기획, 긴 시간을 넘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날의 협연은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으로 협연에 고 정두영 지휘자의 차남 바이올리니스트 정하나(인천시향 악장)가 함께 추모와 추억의 의미가 담긴 무대로 완성된다.

대전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매년 80-90여 회의 공연이 9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이고, 약 800여 명의 정기회원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장년층에 머물던 관람객층도 젊은 관객층이 다수 유입됨에 따라 마니아층이 넓어지고 두터워졌다"며 "이처럼 40년간 꾸준하게 성장해 온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이제 많은 연주자 그리고 예술경영전문인이 원하는 오케스트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고 자타가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자경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여자경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따뜻하면서 냉철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하는 지휘자 여자경 감독은 정통적인 음악 해석과 특유의 섬세하고 분명한 바톤 테크닉으로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것으로 이름 높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언론에서 함께 연주하고 싶은 지휘자로 소개된 그는 프랑스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를 비롯한 유럽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오케스트라가 뽑은 지휘자 상'을 받을 만큼 연주자들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지휘자다. 2005년 한국 최초의 국제 지휘 콩쿠르인 수원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제5회 프로코피예프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며 러시아 콩쿠르 사상 여성 최초로 수상자 명단에 오르며 음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청중이 없으면 무대도 없다'는 신념을 가진 여자경 감독은 클래식의 대중화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교보문고와 함께 첫 저서 '비하인드 클래식'을 출간하면서 일상생활에 스며든 클래식 음악을 소개했고, 예술의전당 대표 음악회인 '토요콘서트'의 해설자로 활약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강남문화재단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를 역임하고, 2023년 5월부터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제9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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