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 남중국해 놓고 서로 '으르렁'...중국-필리핀, 대만 '라이칭더 당선' 충돌
이도성 기자 2024. 1. 24. 18:32
물대포 쏘고 코앞서 군사훈련…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사이, 350만㎢에 이르는 바다. 바로 남중국해입니다. 이름은 남(南)중국해 이지만 서쪽으로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반도, 동쪽으로는 필리핀이 있습니다. 바다 밑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수백억 톤이나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중동, 또 동남아시아에서 오세아니아로 뻗어 나가는 지정학적 요지로 세계 해상 물동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남중국해에서는 역사적으로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중국은 1950년대 당시 남중국해에 자체 영해 개념인 '구단선(九段線)'을 그었습니다. 그리곤 남중국해 전체의 90%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던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실효 지배력을 키웠습니다. 임의로 조성한 인공섬에 활주로와 레이더 등 군사시설까지 집어넣었습니다.
필리핀도 지지 않았습니다. 1999년부터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 9개 섬과 암초를 차지하고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넣었습니다. 여기엔 군사기지를 지었습니다. 해안경비기지도 마련하면서 중국을 향한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과 군사훈련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 공동 순찰 활동을 벌였습니다.
올해 초 양국 갈등이 크게 달아올랐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발언이 불을 지폈습니다. 대만 총통 선거 직후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에게 당선 인사를 건넸기 때문입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선출을 축하한다”면서 “긴밀히 협력해 상호 이익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중국이 발끈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히 위반했고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을 두고는 “책을 많이 읽고 대만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길 바란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습니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취임 이후 미국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두 나라 간의 독설은 일주일 넘게 이어졌습니다. 갈등의 최고조로 달해 임계점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할 즈음 필리핀이 먼저 유화의 제스처를 보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어제(23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당선 인사는 의전상의 축하일 뿐”이라고 의미를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필리핀은 군사기지 네 곳의 사용 권한을 미군에게 주는 등 친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이 기지는 남중국해 최전선과 대만에서 불과 360㎞ 떨어진 최북단 지역에 있습니다. 미국을 등에 업은 필리핀과 중국의 관계는 친중 성향을 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만큼 가까워질 순 없기 때문입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어제 “배타적 경제수역 내 천연자원을 방해 없이 평화적으로 탐사하고 개발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간섭할 경우 물리력 동원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지난해엔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다만, 양국은 갈등 격화를 막기 위해서 대화와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나눴습니다. 지난주 차관급 회의를 열고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해양 문제와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자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사이, 350만㎢에 이르는 바다. 바로 남중국해입니다. 이름은 남(南)중국해 이지만 서쪽으로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반도, 동쪽으로는 필리핀이 있습니다. 바다 밑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수백억 톤이나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중동, 또 동남아시아에서 오세아니아로 뻗어 나가는 지정학적 요지로 세계 해상 물동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남중국해에서는 역사적으로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중국은 1950년대 당시 남중국해에 자체 영해 개념인 '구단선(九段線)'을 그었습니다. 그리곤 남중국해 전체의 90%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던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실효 지배력을 키웠습니다. 임의로 조성한 인공섬에 활주로와 레이더 등 군사시설까지 집어넣었습니다.
필리핀도 지지 않았습니다. 1999년부터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 9개 섬과 암초를 차지하고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넣었습니다. 여기엔 군사기지를 지었습니다. 해안경비기지도 마련하면서 중국을 향한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과 군사훈련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 공동 순찰 활동을 벌였습니다.
올해 초 양국 갈등이 크게 달아올랐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발언이 불을 지폈습니다. 대만 총통 선거 직후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에게 당선 인사를 건넸기 때문입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선출을 축하한다”면서 “긴밀히 협력해 상호 이익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중국이 발끈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히 위반했고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을 두고는 “책을 많이 읽고 대만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길 바란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습니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취임 이후 미국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두 나라 간의 독설은 일주일 넘게 이어졌습니다. 갈등의 최고조로 달해 임계점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할 즈음 필리핀이 먼저 유화의 제스처를 보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어제(23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당선 인사는 의전상의 축하일 뿐”이라고 의미를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필리핀은 군사기지 네 곳의 사용 권한을 미군에게 주는 등 친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이 기지는 남중국해 최전선과 대만에서 불과 360㎞ 떨어진 최북단 지역에 있습니다. 미국을 등에 업은 필리핀과 중국의 관계는 친중 성향을 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만큼 가까워질 순 없기 때문입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어제 “배타적 경제수역 내 천연자원을 방해 없이 평화적으로 탐사하고 개발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간섭할 경우 물리력 동원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지난해엔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다만, 양국은 갈등 격화를 막기 위해서 대화와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나눴습니다. 지난주 차관급 회의를 열고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해양 문제와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자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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